20년 넘은 연희동 노포, 청송함흥냉면에서 맛보는 추억의 냉면 맛집

어릴 적 여름이면 당연하게 찾았던 냉면집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그 맛을 잊고 지냈는데, 문득 그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그리워졌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곳은 연희동의 청송함흥냉면. 20년이 훌쩍 넘은 노포의 풍경은 변함없이 정겨웠다.

주차를 도와주시는 분들의 활기찬 안내를 받아 차를 맡기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냉면을 즐기고 있었다. 스테인리스 그릇과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시원한 육수를 들이켜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리에 앉자 따뜻한 육수가 주전자에 담겨 나왔다. 기름이 살짝 떠 있는 맑은 육수를 컵에 따라 마시니, 은은한 사골의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릴 적 냉면을 기다리며 홀짝이던 바로 그 맛이었다. 향수를 자극하는 따뜻한 육수 한 잔에,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고민 끝에 청송함흥냉면의 대표 메뉴인 회냉면과, 만두를 주문했다. 잠시 후, 놋그릇에 담긴 회냉면이 나왔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쫄깃한 회와 가느다란 면발, 오이, 무, 그리고 삶은 계란 반쪽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청송함흥냉면의 회냉면
윤기가 흐르는 청송함흥냉면의 회냉면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니,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면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의 식감이 일품이었다. 양념은 과하게 맵거나 달지 않고, 기분 좋게 매콤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특히, 꼬들꼬들한 간재미 회는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배와 사과를 갈아 넣어 만든 자연스러운 단맛이라고 한다.

회냉면을 먹는 중간중간, 따뜻한 육수를 곁들이니 그 조화가 훌륭했다. 차가운 냉면과 따뜻한 육수의 대비는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었고,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어 더욱 맛있게 냉면을 즐길 수 있었다. 에어컨 바람에 살짝 싸늘해진 몸을 따뜻한 육수가 감싸 안아주는 느낌은, 마치 겨울에 따뜻한 이불을 덮는 듯한 포근함을 선사했다.

이곳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만두도 맛보았다. 뽀얀 만두피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꽉 찬 만두소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만두를 한 입 베어 무니,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만두소가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고기와 채소의 조화가 완벽했고, 특히 만두피의 쫄깃함이 인상적이었다. 만두소와 만두피의 밸런스가 잘 맞아, 느끼함 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청송함흥냉면의 손만두
촉촉하고 부드러운 청송함흥냉면의 손만두

회냉면을 만두로 감싸 먹으니, 매콤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얇은 함흥냉면 면발은 만두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서 기분 좋게 씹혔다. 혼자 방문했기에 만두를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멈출 수 없는 맛에 어느새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다음에는 꼭 누군가와 함께 와서 만두를 나눠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희동 맛집 청송함흥냉면에서는 녹두전도 맛볼 수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전은, 슴슴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냉면과 함께 먹으면 차가운 냉면의 온도와 녹두전의 따뜻함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예전에는 서비스로 조금씩 제공되었다고 하는데, 그 맛에 반해 이제는 어엿한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연희동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청송함흥냉면. 그 인기 비결은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에 있었다. 특히, 직원분들은 손님들의 테이블을 꼼꼼히 살피며 부족한 것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가게 입구에 붙어있는 오래된 방송 출연 사진들을 보았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도 변함없는 맛과 정겨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청송함흥냉면의 가격표
청송함흥냉면의 가격표

청송함흥냉면은 함흥냉면의 본고장인 함경도에서 월남한 김금녀 씨의 냉면 기술과 철학을 이어받아 1992년 개점한 곳이라고 한다. 사골 육수는 각종 야채를 넣고 8시간 정도 끓여내고, 면은 감자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 쫄깃함을 더했다고 한다. 비빔냉면 소스는 배와 사과를 갈아 넣고 파, 마늘, 양파,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다고 하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다만,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냉면 가격이 다소 오른 것은 아쉬운 점이다. 회냉면, 비빔냉면, 물냉면 모두 13,000원이고, 사리 추가는 6,000원이다. 만두는 12,000원, 녹두전은 12,000원이다. 하지만, 맛과 양, 서비스를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청송함흥냉면은 연남동과 연희동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이고, 주차 공간도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청송함흥냉면의 회냉면 클로즈업
청송함흥냉면의 회냉면 클로즈업

오랜만에 찾은 청송함흥냉면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맛있는 냉면을 즐길 수 있었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앞으로도 여름이면 청송함흥냉면을 찾아,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잊고 추억을 되새기곤 할 것 같다.

만약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함흥냉면을 맛보고 싶다면, 연희동청송함흥냉면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회냉면과 만두는 꼭 함께 맛보시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청송함흥냉면의 무김치
청송함흥냉면의 무김치
청송함흥냉면의 비빔냉면
청송함흥냉면의 비빔냉면
청송함흥냉면의 오이절임
청송함흥냉면의 오이절임
청송함흥냉면의 만두국
청송함흥냉면의 만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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