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난 속리산 여행길,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간판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월당”. 왠지 모르게 정겨운 이름에 이끌려 홀린 듯 차를 멈췄다. 좁은 골목길 한 켠에 자리 잡은 식당은, 세련된 요즘 식당들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동네 식당의 모습이었다. 간판 아래 작게 적힌 ‘한국 베트남 식당’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꾸밈없이 소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테이블과 의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벽에는 메뉴 사진들이 정겹게 붙어 있었다. 왠지 모를 푸근함과 함께, ‘여기 진짜 맛집일지도 몰라’ 하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스윽 훑어보니 쌀국수, 반쎄오, 분짜 등 다양한 베트남 요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쌀국수를 먹으러 왔지만, 다른 테이블에서 다들 반쎄오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주문을 외치고 말았다. “저… 반쎄오 하나 주세요!”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은 대략 10개 남짓,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꽤 있었다. 특이한 점은 베트남 현지인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많다는 것. 그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이곳이 진짜 베트남의 맛을 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방에서는 능숙한 솜씨로 요리를 하는 베트남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손에서 탄생할 반쎄오의 맛은 과연 어떨까? 기대감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쎄오가 테이블에 놓였다. 커다란 접시 가득 담긴 반쎄오의 압도적인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얇게 부쳐진 노란 반죽은 바삭하게 튀겨진 듯했고, 그 안에는 숙주와 새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 있었다. 곁들여 나온 싱싱한 채소와 라이스페이퍼, 그리고 느억맘 소스는 반쎄오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릴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반쎄오를 먹기 위해 라이스페이퍼를 따뜻한 물에 살짝 적신 후, 그 위에 싱싱한 채소와 반쎄오를 듬뿍 올려 돌돌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느억맘 소스를 톡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다채로운 맛의 향연! 얇고 바삭한 반쎄오의 식감, 아삭아삭한 채소의 신선함, 그리고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느억맘 소스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반쎄오 안에 들어있는 숙주의 아삭함과 새우의 탱글탱글함은 씹는 재미를 더했다.
정신없이 반쎄오를 먹다 보니 어느새 접시는 텅 비어 있었다.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맛에 감탄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먹어본 반쎄오 중에 단연 최고였다. 마치 베트남 현지에서 먹는 듯한Authentic한 맛에 푹 빠져 버렸다.

반쎄오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쌀국수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고기 쌀국수를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얇게 썰린 소고기와 파, 양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듯했다. 면은 부드럽고 쫄깃했고, 소고기는 야들야들했다. 쌀국수 역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식당의 허름한 외관에 조금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입 맛보는 순간, 그런 걱정은 싹 사라졌다. 이곳은 겉모습보다는 맛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보은 맛집이었다. 베트남 아주머니의 손맛은 정말 대단했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반쎄오는 최고였어요!”라고 답했다. 아주머니는 쑥스러운 듯 웃으시며 “멀리서 오셨는데 맛있게 드셨다니 정말 기쁘네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함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식당을 나서며, 다음에 속리산에 오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는 분짜와 짜조도 꼭 맛봐야지! 한월당은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곳은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있는,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속리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월당에 들러 인생 반쎄오를 맛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총평
* 맛: ★★★★★ (반쎄오는 인생 최고의 맛!)
* 가격: ★★★★☆ (가성비 Good!)
* 분위기: ★★★☆☆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
* 서비스: ★★★★★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
* 재방문 의사: 200% (다음에는 분짜와 짜조도 먹어봐야지!)
꿀팁
* 반쎄오는 꼭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기!
* 고수를 좋아한다면, 미리 말씀드리면 따로 제공해 주신다.
* 주차는 식당 근처 골목길에 해야 한다.
* 미취학 아동과 함께 방문한다면, 반미 포장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