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김제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완연한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목적지는 미리 예약해둔 한 어울이라는 곳.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곳이라기에, 어떤 맛과 풍경이 우리를 기다릴지 몹시 설렜다. 김제 맛집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차가 멈춘 곳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 한옥이었다. 잘 정돈된 조경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돌담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며, 나는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공간은 아늑하고 편안했다. 평일 저녁 시간이었지만, 미리 예약 덕분에 조용한 룸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벽 한쪽에는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어, 이곳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묵은지 닭도리탕, 오리주물럭, 메기매운탕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친구들과 상의 끝에 묵은지 닭도리탕과 오리주물럭을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샐러드, 김치, 나물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갓 무쳐낸 듯 신선한 나물 무침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묵은지 닭도리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닭고기와 묵은지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하얀 양파와 파, 붉은 고추가 흩뿌려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깊고 진한 묵은지의 풍미가 닭고기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국물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푹 익은 묵은지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닭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담백했다. 특히 묵은지 특유의 시원한 맛이 닭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갓 지은 따끈한 밥 위에 묵은지 닭도리탕을 듬뿍 올려 한 입 가득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맛있다”를 연발하며 정신없이 먹었다. 매콤한 양념이 밴 닭고기를 발라먹고, 묵은지를 찢어 밥에 얹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잠시 후, 오리주물럭도 테이블에 올랐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오리고기는 신선해 보였다. 불판 위에 올려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리주물럭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오리고기가 익어갈수록 매콤한 향이 더욱 강렬해졌다.
잘 익은 오리주물럭을 상추에 싸서 먹으니, 쫄깃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오리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과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닭도리탕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쌈을 몇 번이나 싸 먹었는지 모른다.
식사를 마칠 무렵, 주인 아주머니께서 누룽지를 가져다주셨다. 뜨끈한 누룽지를 먹으니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숭늉처럼 부드러운 누룽지는 매운 닭도리탕과 오리주물럭으로 얼얼해진 입안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내려앉은 정원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펼쳐진 풍경은 더욱 운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정원을 거닐며 소화를 시켰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마치 여느 카페에 온 듯 아름다운 정원은, 식사 후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한 어울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친절한 주인장의 따뜻한 미소 또한 인상적이었다. 김제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겨울에만 맛볼 수 있다는 토끼탕을 먹어봐야겠다. 김제에서 잊지 못할 맛의 추억을 선사해준 한 어울, 진정한 김제 맛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