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으로 향하는 차창 밖 풍경은 짙푸른 녹음으로 가득했다. 싱그러운 초록 물결이 마음까지 정화시켜주는 듯했다. 목적지는 녹동항, 여름 제철을 맞은 갯장어, 하모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특히 녹동에서 갯장어 샤브샤브로 명성이 자자한 “장수식당”에서의 식사는 며칠 전부터 나의 미식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있었다. 싱싱한 갯장어를 맛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드디어 장수식당 앞에 도착했다. 가게 앞 수족관에는 힘찬 갯장어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오늘 제대로 된 녀석을 맛보겠구나’하는 기대감이 샘솟았다. 파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여진 “장수식당”이라는 글자가 정겹게 느껴졌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활기찬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갯장어회, 샤브샤브, 장어탕 등 다양한 장어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갯장어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갯장어 샤브샤브 코스를 주문했다.
주문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 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윤기가 흐르는 묵은지와 짭짤한 젓갈, 깻잎 장아찌 등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쌈 채소가 푸짐하게 제공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갯장어 샤브샤브와 함께 쌈을 싸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가장 먼저 갯장어회가 등장했다. 뽀얀 속살이 드러난 갯장어회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9월 초라 갯장어에 기름기가 살짝 빠져있어 담백함이 더욱 도드라졌다. 곁들여 나온 깻잎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깻잎 향과 갯장어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이어서 갯장어 샤브샤브가 준비되었다. 맑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직원분께서 갯장어를 육수에 살짝 담갔다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뜨거운 육수에 갯장어를 넣으니, 뽀얀 살이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잘 익은 갯장어를 건져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담백한 육수와 갯장어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특히 이곳만의 비법인 양파를 샤브샤브 국물에 살짝 익혀서 갯장어와 함께 먹으니, 달콤한 양파 향이 갯장어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샤브샤브를 먹는 동안 육수에 갯장어의 기름이 더해지면서 국물 맛이 점점 깊어졌다. 갯장어회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이 국물은 정말 ‘마성의 국물’이었다.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깊고 진한 맛에 감탄했다.
마지막 코스는 갯장어 샤브샤브 육수에 끓여 먹는 죽이었다. 갯장어의 풍미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육수에 밥을 넣고 끓이니, 최고의 보양식이 탄생했다. 김가루를 듬뿍 뿌려 먹으니 고소함까지 더해져 정말 꿀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죽 한 그릇까지 싹싹 비우고 나서야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수식당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신선한 갯장어와 깊은 맛의 육수,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손님이 워낙 많아 다소 소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순간, 이러한 단점은 잊혀졌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장수식당을 나서면서, 언젠가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맛있는 갯장어 샤브샤브를 함께 즐겨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고흥 녹동항은 내게 ‘미식의 낙원’으로 기억될 것 같다. 특히 장수식당에서 맛본 갯장어 샤브샤브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꼭 다시 한번 방문하여 갯장어의 풍미를 만끽하고 싶다. 혹시 고흥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장수식당에서 갯장어 샤브샤브를 맛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덧붙여, 장수식당에서는 갯장어 요리 외에도 회덮밥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미처 맛보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쉽지만,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