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 따뜻한 국물이 간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늘따라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멸치 육수 수제비가 어찌나 간절하던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아내 역시 같은 메뉴를 떠올렸다고 한다. 망설일 필요 없이, 우리는 곧장 창원 맛집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바로, 얇고 쫄깃한 수제비로 입소문이 자자한 ‘오가리’였다.
오가리는 이미 우리 동네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따뜻한 수제비 국물에 파전 한 조각 곁들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예전에 왔을 때는 긴 대기줄에 질려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 서둘러 차를 몰았다. 다행히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홀을 분주히 오가는 이모님들의 활기찬 모습과, 따뜻한 온돌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벽 한 켠에는 ‘특허 수제비’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는데, 그 문구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이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메뉴판을 보니, 수제비 외에도 칼국수, 파전, 팥칼국수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고민할 것도 없이 수제비와 해물파전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밑반찬이 빠르게 차려졌다. 짭조롬한 미역줄기 무침,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 특히 미역줄기 무침은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었는데, 어릴 적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아삭한 깍두기는 시원하면서도 적당히 매콤해서, 수제비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다. 아내는 나오자마자 미역줄기 무침을 맛보더니,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이야!”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제비가 나왔다. 뽀얀 멸치 육수에 얇게 뜬 수제비, 애호박, 감자, 그리고 김가루가 듬뿍 올려진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수제비를 보니, 추위로 꽁꽁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니, 은은한 멸치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정말 좋았다. 마치 할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수제비는 어찌나 얇고 쫄깃한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듯했다. 얇은 피 덕분에 국물 맛이 더욱 잘 느껴졌고, 쫄깃한 식감은 먹는 재미를 더했다. 면 요리를 즐겨 먹지 않는 아내도, 오가리 수제비는 정말 맛있다며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뜨끈한 국물과 쫄깃한 수제비를 번갈아 맛보는 사이,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이어서 해물파전이 등장했다.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운 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파 사이사이에는 오징어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는데,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식감이 정말 좋았다. 파전 한 조각을 간장 소스에 콕 찍어 입에 넣으니, 파 특유의 향긋함과 해물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선사했다.
특히, 갓 구워져 나온 파전의 따뜻함과 바삭함은, 차가운 겨울바람에 얼었던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맛있어서, 순식간에 파전 한 접시를 비워냈다. 뜨끈한 수제비 국물에 바삭한 파전을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오가리는 맛도 맛이지만, 양도 푸짐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홀 이모님께서 “맛있게 드셨어요?”라며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인사에, 기분 좋게 답례를 하고 식당을 나섰다.
오가리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따뜻한 추억과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멸치 육수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수제비는,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앞으로도 오가리를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창원 지역명에서 맛있는 수제비 맛집을 찾는다면, ‘오가리’를 적극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