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맛이 느껴지는, 광진구 송림식당에서 만나는 돼지불백 기사식당의 향수

어느 일요일 저녁,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따뜻한 밥 한 끼가 간절했고,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갔던 기사식당의 푸근한 인심이 그리워졌다. 서울 맛집을 검색하다가 문득 떠오른 곳, 자양동 광진구에 위치한 ‘송림식당’이었다. 1981년부터 택시 기사님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온 곳이라는 이야기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았다.

건대입구역 근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멀리서부터 거대한 주차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피라미드 옆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차장 입구에는 친절한 주차 관리 요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기사식당답게 주차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꼬불꼬불한 주차 타워를 올라 드디어 주차를 마치고,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문을 열자,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왁자지껄한 소리, 맛있는 음식 냄새,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이 느껴졌다. 혼자 온 손님은 1층으로, 여러 명이 함께 온 손님은 2층으로 안내하는 듯했다. 나는 혼자였기에 1층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돼지불백이 나왔다. 마치 주문 로켓 배송을 받은 기분이었다.

돼지불백이 담긴 검은색 철판
돼지불백이 담긴 검은색 철판. 돼지고기와 양파, 파가 함께 담겨 있다.

돼지불백은 넓적한 철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얇게 썰린 돼지고기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그 위에는 양파와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얼른 불판 위에 올려 구워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불판에 불을 올리고, 돼지불백을 한 점씩 올리기 시작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고기가 익는 동안, 셀프바에 가서 반찬을 가져왔다. 김치, 무생채, 미역줄기볶음 등 익숙한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그리고 송림식당의 숨겨진 보물, 바로 선지해장국이 무한리필로 제공된다는 점! 뚝배기에 담긴 선지해장국은 보기만 해도 속이 풀리는 듯했다. 국물이 어찌나 진하고 맛있어 보이는지, 얼른 맛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돼지불백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돼지기름이 자글자글 끓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잘 익은 돼지불백 한 점을 집어 맛을 보았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맛,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상추에 밥을 올리고, 잘 익은 돼지불백과 쌈장을 얹어 크게 한 쌈 싸 먹었다. 아삭아삭한 상추의 식감과 쫄깃한 돼지불백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여기에 매콤한 고추장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쉴 새 없이 쌈을 싸 먹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돼지불백 철판과 숟가락
테이블 위에 놓인 돼지불백 철판. 철판 위에는 볶음밥이 가득 담겨 있다.

송림식당에서 돼지불백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냥 쌈을 싸 먹어도 맛있지만, 진정한 맛은 볶음밥에 있다고 생각한다. 돼지불백을 어느 정도 먹고 남은 고기와 양념에 밥과 김치, 무생채, 미역줄기볶음을 넣고 잘 볶아준다. 이때, 고추장을 살짝 더 넣어주면 매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는 볶음밥을 즐길 수 있다.

볶음밥을 만들 때, 가위를 이용해 고기와 반찬을 잘게 잘라주는 것이 팁이다. 그래야 밥과 재료들이 잘 어우러져 더욱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된다. 볶음밥을 철판에 얇게 펴서 살짝 눌어붙게 만들어 먹으면, 바삭바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환상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선지해장국도 빼놓을 수 없다. 큼지막한 선지가 듬뿍 들어간 선지해장국은 국물이 정말 시원하고 깊다. 선지를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볶음밥 한 입 먹고, 선지해장국 한 모금 마시면,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선지해장국은 무한리필이니,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3가지 반찬이 담긴 접시
3가지 반찬이 담긴 접시. 미역줄기볶음, 김치, 무생채가 담겨 있다.

정신없이 돼지불백과 볶음밥, 선지해장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빵빵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볶음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역시, 이 맛은 정말 최고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요구르트가 쌓여 있었다. 송림식당에서는 식사를 마친 손님들에게 요구르트를 하나씩 제공한다. 어릴 적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면서 요구르트를 받아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요구르트 하나를 받아 들고, 식당 문을 나섰다.

송림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그보다 더 큰 매력은 오랜 세월 동안 변치 않는 맛과 분위기였다.

송림식당 옆에 위치한 주차 타워
송림식당 옆에 위치한 주차 타워. 송림식당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나오는 길에, 식당 옆에 우뚝 솟아 있는 주차 타워를 다시 한번 올려다보았다. 작은 기사식당으로 시작해, 지금의 거대한 건물과 주차 타워를 세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송림식당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성공 신화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안에는 아직도 돼지불백과 볶음밥의 맛이 맴도는 듯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또, 왠지 모르게 허전한 날에 송림식당을 찾아 향수를 달래야겠다.

구워지고 있는 돼지불백
구워지고 있는 돼지불백. 양파와 파도 함께 구워지고 있다.
송림식당 외부 전경
송림식당 외부 전경.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불판 위에 구워지고 있는 돼지불백
불판 위에 구워지고 있는 돼지불백. 맛있는 냄새가 느껴지는 듯하다.
송림식당 건물
송림식당 건물. 하늘과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볶음밥을 만들기 전 돼지불백
볶음밥을 만들기 전 돼지불백. 돼지고기와 양파가 푸짐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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