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떠난 밀양 여행. 목적지는 정해두지 않은 채,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묘미였다. 그러다 문득, 친구가 다슬기 요리가 먹고 싶다고 했다. 밀양은 예로부터 다슬기가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하니, 이왕 온 김에 제대로 된 다슬기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이 바로 산외면 금곡리에 위치한 ‘고가식당’이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낡은 돌담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한옥 한 채. 바로 고가식당이었다.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왠지 모를 따뜻함과 푸근함으로 다가왔다.
주차는 식당 앞이나 주변 갓길에 적당히 하면 된다고 했다. 다행히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지난 시간이라,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말에는 기본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니, 평일에 방문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낡은 미닫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마치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느낌.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다행히 안쪽 방에 자리가 남아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다슬기 요리 외에도 청국장, 닭갈비, 고등어구이 등 다양한 향토 음식들이 있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다슬기들깨탕과 다슬기비빔밥으로 구성된 다슬기 세트와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특히, 다슬기 세트는 이 집의 인기 메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됐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들이 테이블 가득 차려졌다. 콩나물 무침, 무채나물, 콩자반, 김치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은, 마치 시골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콩자반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밑반찬은 셀프 코너에서 부담 없이 리필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슬기 세트가 나왔다. 뽀얀 들깨 국물에 다슬기가 듬뿍 들어간 다슬기들깨탕과, 갖가지 채소와 다슬기가 어우러진 다슬기비빔밥.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먼저 다슬기들깨탕부터 맛을 봤다. 따뜻하고 걸쭉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들깨의 고소함과 다슬기의 시원함! 정말 깊고 든든한 맛이었다. 다슬기의 양이 다소 적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딱 적당했다.

다음으로 다슬기비빔밥을 맛볼 차례. 밥을 넣고 슥슥 비벼 한 입 먹으니, 톡톡 터지는 다슬기의 식감과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양념장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밥을 비벼 먹으니, 다슬기 특유의 향긋함이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고소한 다슬기들깨탕과 매콤한 다슬기비빔밥을 번갈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도 맛깔스러워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특히, 고등어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아이와 함께 먹기에도 좋았다. 적절한 간에 담백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당 내부가 다소 좁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 시간에는 다소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또한, 부추전은 기름기가 너무 많았고, 가격 대비 양이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식당 앞 마당을 잠시 거닐었다. 마당 한 켠에는 분홍 동백꽃이 피어 있어, 정겨운 분위기를 더했다.
고가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과 정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투박하면서도 정성이 느껴지는 맛. 바로, 엄마가 해주는 집밥 같은 맛이었다.

밀양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청국장과 닭갈비도 한번 맛봐야겠다. 그때는 부추전 대신 다른 메뉴를 시켜봐야지.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밀양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고가식당에서 맛본 따뜻한 밥 한 끼가, 내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았다. 밀양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어른들을 모시고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총평: 밀양 산외면에서 맛보는 향긋한 다슬기 향토 음식.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집밥을 즐기고 싶다면, 고가식당을 추천한다. 웨이팅은 필수이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고가식당
* 주소: 경남 밀양시 산외면 금곡4길 7-1
* 전화번호: 055-356-7744
* 주요 메뉴: 다슬기세트, 청국장, 닭갈비, 고등어구이
* 영업시간: 매일 11:00 – 20:00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