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귓가를 간지럽히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나는 구미 금리단길의 작은 술집, ‘교집합’의 문을 열었다. 낡은 나무 문이 열리는 순간, 바깥의 소란스러움은 잊혀지고 아늑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벽 한쪽에는 빔 프로젝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이 감성을 더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한 분위기였다. 혼자 왔음에도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Bar) 자리에 앉아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게 한 켠에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반짝이는 불빛이 따뜻함을 더하며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다양한 안주와 술 종류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닭전골, 바지락술찜, 김치돈가스전골 등 식사 대용으로도 훌륭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술 종류도 하이볼, 사케, 맥주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닭전골과 피치 하이볼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사장님은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작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종이에는 ‘오늘의 기분에 맞는 신청곡을 사장님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런 소소한 이벤트가 ‘교집합’만의 특별한 매력인 듯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신청곡으로 적어 사장님께 건넸다. 곧이어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였다.
기본 안주로 나온 프레첼을 먹으며 가게 안을 둘러봤다. 벽면에는 손님들이 남긴 낙서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흔적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교집합’은 단순한 술집을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전골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다란 냄비 안에 닭고기, 배추, 버섯, 두부 등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끓기 시작하자, 매콤하면서도 깊은 향이 코를 자극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가장 먼저 닭고기를 맛봤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했다. 닭고기와 각종 채소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이 느껴졌다. 특히 알배추의 달콤함이 국물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아, 이거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닭전골과 함께 주문한 피치 하이볼도 훌륭했다. 달콤한 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술의 쓴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닭전골의 매콤함을 달래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이볼을 홀짝이며 닭전골을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조합이었다.
닭전골을 먹는 동안, 사장님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에게도 말을 걸어와, 닭전골은 입에 맞는지, 다른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봐 주셨다. 사장님의 친절함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술자리를 즐길 수 있었다.
닭전골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육수 리필을 부탁드렸다. 사장님은 웃으며 육수를 듬뿍 넣어주셨다. 육수가 다시 끓기 시작하자, 냄비 안은 다시 풍성해졌다. 이번에는 우동사리를 추가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쫄깃한 우동 면발에 매콤한 국물이 배어들어, 또 다른 별미였다.
옆 테이블에서는 김치돈가스전골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커다란 돈가스가 통째로 올라간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치와 돈가스의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했다. 다음에는 꼭 김치돈가스전골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혼자 술을 마시는 동안, 가게 안은 점점 사람들로 북적였다.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 연인끼리 데이트를 즐기러 온 사람들,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교집합’이라는 공간 안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음악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는데, 깜짝 놀랐다. 화장실이 너무 깨끗하고 쾌적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글, 치실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물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손님을 생각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자리를 정리하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하는 동안, 사장님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교집합’에서의 시간은 즐거웠는지 물어봐 주셨다. 그리고는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지내라며 핫팩 하나를 건네주셨다. 작은 배려였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가게 문을 나서자,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발걸음은 가벼웠다. 맛있는 음식, 좋은 음악,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집합’은 단순한 술집이 아닌,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구미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교집합’에 꼭 다시 들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땐 김치돈가스전골과 사쿠라 하이볼을 주문해서 먹어야겠다. 그리고 사장님께 또 어떤 신청곡을 부탁드릴지 미리 생각해 둬야겠다.
‘교집합’은 분명 구미 금리단길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힐링하고 싶다면, ‘교집합’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당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문득 ‘교집합’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모여,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공유하는 공간. 그곳이 바로 ‘교집합’이었다. 오늘, 나는 ‘교집합’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