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강원도 철원 여행. 목적지는 오직 하나, 잊을 수 없는 맛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정이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경양식 돈까스의 향수가 더욱 짙게 느껴졌다. 철원 맛집 스팅,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곳. 드디어 그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시간 여행이 시작되었다.
신철원 터미널 인근, 2층에 자리 잡은 스팅은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간판에는 빛바랜 글씨로 ‘돈까스’라고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글씨로 ‘스팅’이라는 상호가 함께 쓰여 있었다. 마치 1980년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했다. 창가 자리에는 율마 화분이 쪼르륵 놓여 있었는데,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싱그러웠다. 나무 바닥과 테이블, 그리고 푹신한 의자가 편안함을 더했다. 벽에는 오래된 달력이 걸려 있었는데, 1973년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앤틱한 샹들리에 조명이 공간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돈까스, 치즈 돈까스, 고추 돈까스 등 다양한 종류의 돈까스가 눈에 띄었다. 정식 메뉴에는 돈까스와 함박스테이크가 함께 나온다고 했다.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는 반반 돈까스(청양+치즈)와 웨지감자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스프가 먼저 나왔다. 후추가 톡톡 뿌려진 크림 스프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어릴 적 경양식 식당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스프를 먹으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스프와 함께 나온 깍두기는 매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반 돈까스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돈까스와 샐러드, 밥, 마카로니, 콘 샐러드, 짜조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돈까스 위에는 치즈와 청양고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먼저 치즈 돈까스부터 맛을 보았다. 부드러운 돼지고기 위에 고소한 치즈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돈까스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약간 시큼한 맛이 났다. 소스가 돈까스에 스며들어 촉촉함을 더했다.

다음으로 청양 돈까스를 맛보았다. 청양고추가 듬뿍 올려져 있어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알싸한 매운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맵찔이인 나에게는 조금 매웠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었다. 돈까스의 느끼함을 청양고추가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돈까스와 함께 나온 샐러드는 신선하고 상큼했다. 마카로니와 콘 샐러드는 달콤했고, 짜조는 바삭했다.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다.

웨지감자는 갓 튀겨져 나와 따뜻하고 바삭했다. 웨지감자 위에는 치즈가 뿌려져 있었고, 메이플 시럽이 함께 제공되었다. 달콤한 메이플 시럽에 찍어 먹으니, 짭짤한 웨지감자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돈까스의 양은 정말 푸짐했다. 아무리 배가 고팠지만, 결국 조금 남기고 말았다. 하지만 남은 음식마저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은 친절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장님은 이곳에서 30년 넘게 돈까스 가게를 운영해오셨다고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했다.
사장님은 “원래 군인들을 상대로 했던 가게여서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찾아주시는 손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라고 덧붙이셨다.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스팅은 맛, 가격,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있는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또한, 사장님의 친절함과 따뜻한 분위기도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이유였다.

철원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스팅에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곳에서 맛있는 돈까스를 맛보며 어린 시절 추억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스팅은 단순한 돈까스 가게가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따뜻한 햇살이 나를 감쌌다.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철원 스팅에서 맛본 돈까스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에 철원에 방문할 때도 꼭 다시 들러야겠다. 그땐 정식 메뉴를 한번 먹어봐야지.
돌아오는 길, 내비게이션에서는 스팅의 이름을 딴 팝 가수 ‘스팅(sting)’의 노래 “Englishman in New York”이 흘러나왔다. 묘한 우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철원의 작은 맛집에서 나는 잊지 못할 미식 경험과 함께 7080 시절의 향수를 가득 안고 돌아왔다. 철원 스팅, 그곳은 단순한 돈까스집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추억의 공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