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그 이름만으로도 설렘을 안겨주는 곳. 낡은 공장과 트렌디한 카페, 예술가의 작업실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동네는,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에 컬러 필터를 덧입힌 듯한 묘한 매력을 풍긴다. 오늘은 그 매력적인 성수동 골목길을 헤매다 발견한, 숨겨진 보석 같은 이탈리아 맛집, ‘누메로도스’에서의 특별한 식사 경험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어느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성수동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SNS에서 눈여겨봐왔던 ‘누메로도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아담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벽돌에 세로로 새겨진 ‘누메로도스’라는 글자가, 어딘가 모르게 비밀스러운 아지트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가게 앞에는 이미 몇 팀이 웨이팅 중이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주변을 둘러봤다. 낡은 주택을 개조한 듯한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담벼락에는 담쟁이덩굴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작은 정원에는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가, 기다림마저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는 음식 냄새가 어우러져,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리에 앉자, 친절한 직원분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피자, 파스타, 리조또 등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누메로도스의 대표 메뉴라는 ‘마스카포네 피자’와, 매콤한 토마토소스가 인상적인 ‘이마트리치아나 파스타’, 그리고 ‘가지 그라탕’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 내부를 좀 더 자세히 둘러봤다. 벽에는 앤티크한 액자들이 걸려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와인병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 이곳은 콜키지 프리라고 했던가. 다음에는 꼭 좋아하는 와인을 한 병 가져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식전 빵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을,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으니 입맛이 확 돋았다. 곧이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뉴들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마스카포네 피자’였다. 얇고 바삭한 도우 위에, 신선한 바질 페스토와 큼직한 마스카포네 치즈가 듬뿍 올라가 있었다. 한 조각을 들어 입에 넣으니, 바삭한 도우의 식감과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바질 페스토의 향긋함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빵 끝부분은 살짝 탄 듯한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이마트리치아나 파스타’였다. 매콤한 토마토소스에 리코타 치즈와 베이컨이 곁들여진 파스타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다양한 허브 향과, 톡톡 터지는 리코타 치즈의 식감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매운맛이어서 더욱 좋았다. 마치 김치를 먹는 듯한 개운함이랄까, 느끼한 피자와 함께 먹으니 더욱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가지 그라탕’은, 다진 돼지고기를 얇게 썬 가지 사이에 층층이 쌓아 올려 오븐에 구운 요리였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가지와, 고소한 치즈, 그리고 향긋한 루꼴라의 조화가 훌륭했다. 간이 세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가지 메뉴 모두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스카포네 피자’였다. 얇고 바삭한 도우, 신선한 바질 페스토, 그리고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의 완벽한 조화는, 지금껏 먹어본 피자 중 단연 최고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이 작은 탓에, 세 가지 메뉴를 모두 올려놓으니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또한, 화장실이 외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이러한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분께서 “혹시 불편한 점은 없으셨냐”며 친절하게 물어봐 주셨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세심함에 감동받았다.
누메로도스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 아늑한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인기가 너무 많아 웨이팅이 길다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행복은, 그 어떤 맛집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하다.
성수동에서 특별한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누메로도스’를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숨어있는 이 작은 맛집은, 당신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물론,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줄 것이다. 다음에는 꼭 와인을 한 병 들고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땐 또 어떤 새로운 메뉴를 맛보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