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쏜살처럼 흘러,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온 지도 꽤 되었다. 며칠 전, 문득 어머니가 이사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함께 갔던 고깃집이 떠올랐다. 그곳은 바로 대연동에 자리 잡은, 오랜 역사와 깊은 맛을 자랑하는 “양산박”이었다. 동생에게 슬쩍 이야기를 꺼내니, 웬일인지 흔쾌히 고기를 사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추억을 되짚어, 양산박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예전과는 사뭇 다른 웅장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회색빛 벽돌로 견고하게 쌓아 올린 2층 건물은, 밤에도 빛나는 황금색 “양산박” 글씨 간판 덕분에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내부가 펼쳐졌다. 예전의 노포 분위기는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모습이었다. 특히 천장에 매달린 흡입관이 없는데도 연기가 전혀 없어 놀라웠다. 은은한 조명 아래, 테이블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기를 굽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겨운 풍경을 자아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곧바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파릇한 파채, 고소한 쌈장, 향긋한 참기름, 그리고 신선한 양파절임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구운 소금을 따로 준비해 주는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는 간과 천엽을 서비스로 줬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아쉽게도 천엽만 나왔다. 남편 말로는 신선하다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도전하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우리는 이곳의 대표 메뉴인 안거미살과 삼겹살을 주문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안거미살은 120g에 30,000원, 삼겹살은 150g에 10,000원으로 가격대가 꽤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했던 추억을 되살리고, 동생이 쏜다고 하니 아낄 필요가 없었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안거미살이 등장했다.

선홍빛을 띠는 안거미살은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큼지막하게 썰린 양파와 버섯도 함께 나왔다. 직원분은 불판에 기름덩어리를 먼저 올려 코팅한 후, 고기를 구워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안거미살은, 그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향으로 오감을 자극했다. 첫 입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과, 혀를 감싸는 풍미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소주 한 잔을 곁들여, 새콤달콤한 파절이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동생도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고기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살아계셨다면, 분명 이 맛을 즐거워하셨을 텐데… 잠시 그리움에 젖었다.
안거미살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이번에는 삼겹살을 맛볼 차례였다. 삼겹살은 마치 뒷고기처럼 썰어져 나왔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졌다. 삼겹살에 기대하는 그 맛, 바로 그 맛이었다. 김치를 불판에 함께 구워 먹으니, 느끼함도 사라지고 더욱 맛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소고기를 먹으러 왔었는데, 삼겹살도 훌륭한 별미였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양도 푸짐하고 맛도 훌륭했다. 깊고 구수한 된장 맛이, 기름진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다만, 된장찌개를 된장국처럼 끓이는 건 조금 아쉬웠다. 밥을 말아 먹기에는 조금 묽은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1인분에 22,000원이라는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비싸서 쳐다도 안 봤겠지만, 오늘은 동생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밑반찬이 부실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0년 전부터 나오던 그대로인데, 건물도 바뀌고 가격도 올랐는데 말이다. 그리고 테이블 바닥이 기름기로 미끄러워 조금 불쾌했다. 하지만 고기의 맛은 여전히 훌륭했고, 직원분들도 친절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양산박은 분명 가격대가 있는 곳이지만,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 곳이다. 특히 육향이 진한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안거미살은 꼭 먹어봐야 할 메뉴이며, 삼겹살도 훌륭한 선택이다. 굳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지만, 대연동 근처에 온다면 한번쯤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맛집이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양산박.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며, 다음 방문을 기약해 본다.
돌아오는 길, 귓가에는 아직도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고기 소리가 맴도는 듯했다. 어쩌면, 그 소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어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을 되새겨주는 아름다운 선율이었는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행복한 미식 경험을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