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공연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어디서 해결할까 고민하던 중,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바로 ‘곤봉식객’. 직화로 불맛을 낸 돼지고기 두루치기 전문점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았다. 사실 두루치기라는 음식은 흔하디 흔하지만, 곤봉식객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식당 근처에 다다르니, 예상대로 주차는 쉽지 않았다. 식당 옆에 마련된 공간은 이미 만차. 주변 골목을 몇 바퀴나 돌았을까, 다행히 길 건너편 골목에 자리가 나서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파란색 외관이 눈에 띄는 곤봉식객. 왠지 마라탕집 같은 분위기도 풍겼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예상외로 고깃집 같은 느낌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였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창가 자리에 앉으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메뉴판을 보니 단품 메뉴도 있었지만, 3인 세트 메뉴가 눈에 띄었다. 두루치기찌개(3인)에 왕새우튀김(3pcs), 그리고 군만두(4pcs)까지. 푸짐한 구성에 망설임 없이 세트를 주문했다. 왠지 아쉬운 마음에 스팸구이도 추가했다.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는 화려한 불쇼가 펼쳐졌다. 쉐프님이 커다란 웍을 들고, 화려한 불길을 쏘아 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저 불길 속에, 내가 주문한 두루치기의 불맛이 담기겠지? 기대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루치기찌개가 등장했다. 투명한 뚜껑이 덮인 전골 냄비 안에는, 특제 소스로 붉게 물든 육수에 김치, 떡, 부추, 양파 등 갖은 야채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위에는 불맛을 입은 돼지고기와 큼지막하게 썰어 올린 대파, 그리고 도톰한 두부가 얹어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식욕을 자극하는 비주얼이었다.

잠시 후, 서버분이 뚜껑을 열어주셨다. 끓는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매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그 맛있는 냄새에, 불맛이 더해진 듯한 깊은 향이었다. 국자로 듬뿍 떠서 밥 위에 얹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살짝 늦은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팠던 탓도 있겠지만, 정말 세상 행복한 맛이었다. 흔히 먹던 볶음 형태의 두루치기가 아닌, 국물이 넉넉한 전골 스타일이라 더욱 좋았다.
세트 메뉴에 포함된 왕새우튀김과 군만두도 훌륭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새우튀김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했고, 군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특히, 돈까스가 서비스로 나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상치 못한 서비스에 기분이 좋아졌다.

곤봉식객의 두루치기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추억과 행복을 선물해주는 듯했다. 칼칼한 국물과 불맛이 어우러진 돼지고기는,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밥상과 같았다.

식사를 하면서, 아내와 아들이 생각났다. 이 맛있는 두루치기를 혼자 먹을 수 없다! 결국 2인분을 포장해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포장해온 두루치기를 꺼내 끓였다. 역시나, 아내와 아들도 곤봉식객의 두루치기 맛에 푹 빠졌다. 특히, 불맛이 나는 돼지고기를 정말 좋아했다.
곤봉식객은, 고구려짬뽕으로 유명한 지진실 대표님의 또 다른 맛집이라고 한다. 역시, 맛있는 음식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음에도 시흥에 갈 일이 있다면, 곤봉식객에 꼭 다시 들러야겠다. 그땐, 부모님도 모시고 가서 맛있는 두루치기를 함께 즐겨야지.

하지만, 곤봉식객에 방문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끓이면서 먹는 음식이다 보니, 국물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밝은 색 옷을 입거나, 데이트를 하는 경우에는 조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변 골목에 주차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곤봉식객은 시흥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칼칼한 국물 요리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불맛이 살아있는 두루치기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 바란다. 가성비 또한 훌륭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다음에는 고기 추가해서 먹어봐야지. 그 불맛을 더욱 만끽하고 싶다. 곤봉식객, 시흥 대야동의 숨은 보석 같은 곳. 나의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오늘 저녁, 칼칼한 두루치기에 소주 한잔 어떠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