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저녁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집으로 곧장 향했겠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따뜻한 술 한 잔이 간절했다. 문득, SNS에서 눈여겨봤던 마산의 작은 술집, ‘동네술집’이 떠올랐다. 이름부터 정겨움이 묻어나는 그곳은,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할 것 같았다. 망설임 없이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밤공기가 폐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여전히 촉촉한 기운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동네술집’은 생각보다 찾기 쉬웠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정감 넘치는 나무 간판이 나를 반겼다. 짙은 나무색 배경에 검은색 붓글씨로 쓰여진 “동네술집” 네 글자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간판 옆 붉은색 도장 그림은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듯한 친근함을 더했다. 처마 밑에 매달린 작은 전구들이 따뜻한 빛을 쏟아내고 있었고, 그 빛은 젖은 골목길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다섯 개 남짓, 작고 소박했지만, 그 안에는 활기찬 기운이 가득했다. 이미 몇몇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벽에는 나무로 만든 메뉴판이 걸려 있었는데,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적힌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육나베, 새우파전, 명란구이… 하나하나 맛보고 싶은 음식들 뿐이었다. 이미지에서 보았던 메뉴판 그대로였다. 마치 어릴 적 친구가 직접 써 준 메뉴판처럼, 투박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글씨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은 작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옆 사람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듯했다. 곧, 사장님께서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혼자 오신 손님에게도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모습에서, 이곳이 단순한 술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동네술집’의 대표 메뉴라는 수육나베와 새우파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본 안주가 나왔다. 짭짤하게 말린 쥐포 튀김과 고소한 땅콩.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묘하게 손이 가는 조합이었다. 특히 쥐포 튀김은 바삭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나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쌉쌀한 맥주가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육나베가 나왔다. 커다란 냄비에 푸짐하게 담긴 수육과 야채, 그리고 버섯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뽀얀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장님께서는 직접 개발하신 특제 소스를 함께 내어주셨는데, 그 맛이 정말 궁금했다.
보글보글 끓는 수육나베를 보며 군침을 삼켰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없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수육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특히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신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소스는 톡 쏘는 겨자 향과 달콤한 간장 맛이 어우러져 수육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수육나베와 함께 주문한 새우파전도 곧 나왔다. 커다란 접시 가득 담긴 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파전 위에는 통통한 새우가 듬뿍 올려져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파전을 찢어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파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새우는 어찌나 신선한지,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비 오는 날, 따뜻한 수육나베와 바삭한 새우파전을 맛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나는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 대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가득한 ‘동네술집’은, 혼자 왔음에도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나에게, 사장님께서는 종종 말을 건네주셨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동네술집’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사장님의 따뜻한 관심 덕분에, 나는 더욱 편안하게 술을 즐길 수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직장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이 회식 분위기였다. 그들은 연신 웃고 떠들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활기찬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잠시 후, 그들은 ‘동네술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꽃게라면을 주문했다. 얼큰한 국물과 푸짐한 해산물이 들어간 꽃게라면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했다.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술자리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께서는 환한 미소로 나를 배웅해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에, 나는 다시 한번 ‘동네술집’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네술집’을 나서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빗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따뜻한 술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정겨운 사람들 덕분에, 내 마음은 이미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우산을 펼쳐 들고, 집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가볍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마산에서 만난 ‘동네술집’은, 단순한 술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그곳은 지친 하루를 위로받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종종 ‘동네술집’을 찾아,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언제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그런 곳, ‘동네술집’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동네술집’은 혼자 운영하시는 듯했지만, 음식 맛은 물론이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만, 테이블이 몇 개 없어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녁 5시에 오픈해서 밤 12시에 마감한다고 하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해야 한다. 다음에는 꼭 명란구이를 먹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