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낡은 지도 앱을 켜 독산동 우시장의 좁다란 골목길을 헤맸다. 번듯한 간판 하나 없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협진식당’이라는 희미한 글자만이 나를 맞이했다. 주변의 화려한 식당들과는 확연히 다른,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정겨운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귓가를 때렸다. 테이블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기를 굽는 풍경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나는 서둘러 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판을 보니 한우 모듬이 600g에 67,000원, 특모듬이 65,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망설임 없이 한우 모듬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천엽, 간, 육회가 첩시 가득 담겨 나왔다. 선홍빛 육회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뽀얀 천엽은 신선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을 들어 육회를 한 점 맛보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양념이 육회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천엽은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참기름 소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신선함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도축장에서 갓 잡아온 듯했다. 이처럼 훌륭한 안주 덕분에 술잔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우 모듬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접시 위에는 토시살, 차돌박이, 치마살 등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붉은 빛깔의 고기 표면에는 섬세한 마블링이 새겨져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고기와 함께 나온 큼지막한 새송이버섯은 덤이었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 차돌박이를 올리자, 순식간에 치-익 소리를 내며 익어갔다. 얇게 썰린 차돌박이는 기름기가 좔좔 흘렀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잘 익은 차돌박이를 잽싸게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풍부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번에는 토시살을 구워봤다. 두툼하게 썰린 토시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었다. 씹을수록 쫄깃한 식감이 느껴졌고, 진한 육향이 입안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상추쌈은 제공되지 않았지만, 고기 자체가 워낙 맛있어서 다른 반찬은 필요 없었다. 오로지 고기 맛에만 집중하며,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뜨끈한 된장찌개가 간절해졌다. 멸치 육수로 끓였다는 된장찌개는 시골된장 특유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두부와 애호박은 찌개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내니,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 한쪽에 ‘밴댕이 회덮밥’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마침 밴댕이가 제철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밴댕이 회덮밥을 주문하자, 커다란 그릇에 밴댕이 회와 각종 채소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맛보니, 신선한 밴댕이의 고소함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는 덮밥의 식감을 더욱 살려주었다. 밴댕이 회덮밥은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삼은식당은 세련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낡은 건물과 허름한 시설은 마치 1980년대의 식당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화장실 또한 노후되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신선한 소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허름한 분위기를 잊게 할 만큼 따뜻하게 다가왔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고기 질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는 후기가 있었다. 특히 특수 모듬을 시켰을 때, 차돌박이의 비중이 높고 고기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삼은식당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곳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소고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께서도 분명 이곳의 푸짐한 인심과 저렴한 가격에 만족하실 것이다. 물론, 깔끔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는 조금 망설이실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께서는 틀림없이 좋아하실 것이다.
어둑한 골목길을 빠져나오며, 든든한 배와 따뜻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독산동 우시장 한켠에 자리 잡은 삼은식당은, 내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준 곳이다. 언젠가 소고기가 먹고 싶을 때, 나는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육사시미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소고기를 즐길 수 있는 곳, 독산동 삼은식당.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다만, 낡은 시설과 허름한 분위기는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맛과 가격, 그리고 따뜻한 인심은 그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돌아오는 길,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값비싼 한우는 아니었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소고기는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보다 맛있었다. 이것이 바로 노포의 매력일까.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집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삼은식당에서의 기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좁은 골목길, 허름한 건물, 푸짐한 소고기, 따뜻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삼은식당을 찾아, 맛있는 소고기와 함께 정겨운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이 독산동 맛집의 숨겨진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