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산휴양림의 맑은 공기를 가슴 가득 담고 서울로 향하는 길, 문득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휴양림에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다는 영천시장, 그곳에 3대째 이어져 오는 산성식당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망설임 없이 핸들을 꺾었다.
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발걸음을 옮기니,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좌우로 늘어선 식당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산성식당” 간판. 1960년부터 시작되었다는 문구와 함께 3대째 운영 중이라는 문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부터 이미 노포 맛집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5시라는 다소 이른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3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라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무로 짜여진 격자무늬 창살과 넉넉한 공간, 정겨운 분위기가 편안함을 더했다. 벽 한켠에는 앞치마들이 걸려있고, 그 옆으로는 가지런히 정리된 식기들이 놓여있다.
소머리곰탕 골목의 양대 산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메뉴는 소머리곰탕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국밥과 수육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우 소머리 수육부터 돼지 수육, 양 무침, 우설 수육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 가득했다. 고민 끝에, 소머리곰탕 보통으로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뜨겁게 김이 서린 곰탕이 눈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고, 그 안으로 큼지막한 소머리 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푸짐한 양이었다. 쟁반에 국물이 조금 흘러넘친 듯 했지만, 바쁜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밑반찬으로는 깍두기, 배추김치, 마늘, 고추, 쌈장, 그리고 독특하게도 양파 장아찌가 나왔다. 깍두기와 배추김치는 간이 약한 편이었지만, 곰탕과 함께 먹으니 오히려 깔끔하게 입 안을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양파 장아찌는 아삭한 식감과 달콤 짭짤한 맛이 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본격적으로 곰탕 맛을 볼 차례.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저으니, 더욱 푸짐한 고기 양이 드러났다.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육향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국물은 오랜 시간 정성껏 끓여낸 듯 깊은 맛을 자랑했다.
소머리 고기는 마치 젤리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소머리곰탕의 고기는 마치 대패 삼겹살처럼 얇게 썰려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의 고기는 큼지막하면서도 야들야들한 것이 차원이 달랐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릴 때마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새우젓에 녹이 슨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곰탕 자체의 맛이 워낙 훌륭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혹시 숟가락 교체가 안 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는 직원분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도 맛있게 먹는다는 후기처럼, 고기가 워낙 부드러워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MSG 맛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과하지 않은 감칠맛이라고 느껴졌다. 싱겁게 드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간이 세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곰탕에 밥 한 공기를 말아, 깍두기를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마성의 맛이었다. 순식간에 곰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둑해진 시장 골목에는 더욱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곰탕 한 그릇으로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영천시장을 나섰다. 혹자는 영천에 맛집이 없다고 하지만, 산성식당의 곰탕을 맛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영천댐 둘레길을 걷고 옛 추억에 잠겨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곰탕 본연의 맛에 충실한 곳.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깍두기 맛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완벽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영천 맛집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에는 소머리 수육에 도전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