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제천역에 도착했다. 역 앞은 고요했지만, 붉은빛 네온사인이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보령식당’. 24시간 영업이라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따뜻한 국물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 역사를 빠져나와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외관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간판은 빛바랬지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셔터를 올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익숙한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왁자지껄한 소리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가게는 아담했다. 테이블 네 개와 방 하나가 전부였다. 오른편에는 주방이 있었고, 안쪽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편안하고 소박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시골 장터에 있는 국숫집에 온 듯한 기분이랄까. 벽에는 오래된 달력과 낙서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누군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장칼국수, 육개장, 떡만둣국이 주 메뉴인 듯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장칼국수를 주문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하니, 안 먹어볼 수 없었다. 잠시 후, 김치와 단무지가 먼저 나왔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했다. 단무지는 얇게 썰어져 있었는데, 묘하게 자꾸 손이 갔다. 특히 낡은 벽에 붙은 빛바랜 달력과 손님들의 낙서들이 눈에 띄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은 이 식당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디어 장칼국수가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모습이 정갈했다. 붉은 국물 위에는 김 가루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면은 얇고 넓적했다. 젓가락으로 휘저으니, 김치와 애호박, 감자 등 다양한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면은 쫄깃하고 부드러웠다. 국물이 잘 배어 있어, 면만 먹어도 맛있었다. 김치와 함께 먹으니,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좋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든든함이 밀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랄까.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칼국수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맛보다는 분위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낡은 식당, 친절한 주인, 그리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따뜻함.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을 만들어낸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 주인 할머니께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으셨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대답하니, 환하게 웃으셨다. 계산대 옆에는 오래된 사탕이 담긴 통이 놓여 있었다. 하나 집어 입에 넣으니,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보령식당은 제천역 앞에 위치한 작은 식당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식당이지만, 그 안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추억을 만들어준 곳이다.

장칼국수는 이 집의 대표 메뉴다. 멸치 육수에 고추장을 풀어 끓인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하다. 면은 직접 반죽해 쫄깃하고, 애호박, 감자, 김치 등 다양한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한 그릇 먹으면 든든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보령식당의 매력은 맛뿐만이 아니다. 낡은 가게, 친절한 주인, 그리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따뜻함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새벽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 늦은 밤 출출함을 달래려는 사람, 그리고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령식당은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공간이다.
보령식당은 깔끔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투박함 속에 숨겨진 정겨움이 있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는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 그들의 손맛은 변함없이 따뜻하고, 정겹다.
메뉴는 단출하다. 장칼국수, 떡만둣국, 육개장이 전부다. 가격도 저렴하다. 요즘 물가에 7,000원이면 한 끼 식사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다. 소주나 음료수는 메뉴판에 없지만, 주문하면 가져다주신다.

장칼국수를 먹으면서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 갔다가 먹었던 칼국수. 그때 그 맛과는 조금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보령식당은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추억을 파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제천역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화려한 맛집은 아니지만,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장칼국수 한 그릇과 함께, 잊고 지냈던 추억을 되살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면에서 약간 밀가루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국물 맛도 깊은 맛은 덜했다. 그리고 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 결제만 받는다는 점도 아쉬웠다. 물론, 이러한 단점들은 보령식당의 매력을 덮을 만큼 크지는 않다.

새벽, 제천역 앞.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곳. 보령식당은 내게 그런 제천 맛집으로 기억될 것 같다. 다음에 제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장칼국수 한 그릇을 먹어야겠다. 그때는 또 어떤 추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따뜻해졌다. 보령식당에서 맛본 장칼국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추억과 정, 그리고 따뜻한 위로가 담긴 한 그릇이었다. 제천역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보령식당은 언제나 따뜻한 불빛을 비춰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