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곰삭은 묵은지의 깊은 맛,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뜨끈한 감자탕 한 그릇. 그 아련한 기억을 따라 군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군산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감자탕 전문점, 바로 ‘인생감자탕’이었다.
수송동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서자,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과 식기류는 반짝반짝 윤이 났고,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은 편안함을 더했다. 첫인상부터 합격점을 주고 싶을 만큼, 위생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마치 잘 정돈된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랄까.

메뉴판을 펼쳐 보니, 감자탕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했다. 기본적인 우거지 감자탕부터 묵은지, 파김치, 갓김치 감자탕까지.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반반 감자탕’을 주문하기로 했다. 우거지와 묵은지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선택인가!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기본 반찬들이 테이블에 놓였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깍두기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한 입 베어 무니, 아삭아삭한 식감과 함께 시원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오랜만에 맛보는 제대로 익은 깍두기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반 감자탕이 등장했다. 냄비 안에는 우거지와 묵은지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고, 그 위에는 신선한 파와 팽이버섯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마치 섬처럼 솟아오른 감자탕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고 싶은 비주얼이었다.

직원분께서 감자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5분 타이머를 맞춰 끓인 후 먹으면 된다고. 팔팔 끓는 감자탕을 바라보며, 5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던지. 드디어 타이머가 울리고, 뚜껑을 여는 순간, 얼큰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가장 먼저 우거지 감자탕 국물을 맛보았다. 깊고 진한 국물은 텁텁하지 않고 깔끔했다. 감자탕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일품이었다.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맛이었다.
이번에는 묵은지 감자탕 국물을 맛볼 차례. 묵은지의 깊은 맛이 국물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쿰쿰하면서도 시원한 묵은지의 풍미는 감자탕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오랜 시간 숙성된 와인처럼,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감자탕에 들어있는 고기는 100% 돼지 목뼈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기가 정말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되었다. 푹 익은 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왔다. 함께 나온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이 집만의 비법이 담긴 소스인 듯했다.

감자탕 안에는 큼지막한 감자와 떡, 그리고 각종 채소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푹 익은 감자는 포슬포슬했고, 떡은 쫄깃쫄깃했다. 채소들은 국물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넉넉한 양 덕분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감자탕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국물에 김치와 김 가루, 참기름을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특히, 이 집은 볶음밥에 치즈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고소한 치즈와 얼큰한 감자탕 국물의 조합은 상상 이상이었다. 볶음밥을 싹싹 긁어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직원분께서 하이볼을 추천해주셨다. 감자탕과 하이볼의 조합이라니, 조금 의아했지만, 속는 셈 치고 한 잔 주문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하이볼의 상큼함이 감자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이었다. 뜻밖의 발견이었다.
‘인생감자탕’은 맛, 위생,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100% 돼지 목뼈만을 사용한 부드러운 고기, 깊고 진한 국물, 깔끔한 매장 분위기, 친절한 직원들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왜 군산 사람들이 이 집을 맛집이라고 칭찬하는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특히, 24시간 영업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늦은 밤, 갑자기 감자탕이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월요일 야간만 제외하고는 24시간 운영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다음에 군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인생감자탕’은 반드시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우거지 감자탕에 갓김치를 추가해서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볶음밥에 치즈를 두 배로 넣어달라고 해야지.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군산 수송동에서 맛본 인생 감자탕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준 따뜻한 위로였고,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을 되살려준 감동이었다. 군산 지역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인생감자탕’, 그 이름처럼 내 인생 최고의 감자탕 맛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