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설렜던 건 역시 ‘흑돼지’였다. 이름만 들어도 침샘이 자극되는 그 마성의 고기를 어디서 맛볼까? 뻔한 관광객 맛집은 싫었다. 진짜 제주 도민들이 사랑하는 찐 맛집을 찾아 헤매고 싶었다. 그렇게 ‘유령처럼’ 리뷰와 블로그를 떠돌아다닌 끝에, 나는 한 곳을 발견했다. 바로 서귀포에 위치한 “한길정”이었다.
후기를 살펴보니 SNS 홍보나 TV 출연 같은 요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도민 맛집’ 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느낌. 큰 철판에 장작불로 흑돼지를 구워준다는 점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마치 시골 산장에 놀러 온 듯한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흑돼지라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거웠다. 드디어 예약 시간이 되어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지어진 실내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테이블마다 놓인 거대한 철판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캠핑장에 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메뉴판을 보니 흑돼지 오겹살, 목살, 그리고 전복과 새우까지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흑돼지 오겹살과 목살을 주문했다. 잠시 후, 직원분이 커다란 장작을 철판 아래에 넣고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니, 절로 기대감이 높아졌다.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이기 시작했다. 콩나물, 김치, 깻잎 장아찌, 쌈무 등 푸짐한 구성이었다. 특히 묵은지가 눈에 띄었다. 오랜 기간 숙성시킨 묵은지는 굽기 전부터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리뷰에서 극찬했던 김치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흑돼지 오겹살과 목살이 등장했다. 붉은 빛깔의 신선한 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직원분이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철판 위에 올려주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장작불의 화력이 워낙 강해서 고기가 금세 익어갔다.

잘 익은 오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비주얼이었다. 젓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쫄깃한 껍데기와 부드러운 살코기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장작불에 구워 은은하게 배어있는 훈연 향이 풍미를 더했다.
묵은지를 철판에 올려 함께 구워 먹으니, 그 맛은 더욱 특별했다. 잘 익은 묵은지는 아삭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흑돼지 오겹살과 묵은지의 조합은 정말 최고였다.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어도 맛있고, 쌈무에 싸서 먹어도 훌륭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쉴 새 없이 고기를 구웠다. 철판이 워낙 커서 4명이 함께 구워도 넉넉했다. (Image 2) 뜨거운 철판 위에서 김치가 지글거리는 소리,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웃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행복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볶음밥을 주문했다. 직원분이 남은 고기와 김치, 콩나물 등을 잘게 썰어 철판 위에 볶아주었다. 볶음밥이 완성되자,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볶음밥 한 입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볶음밥과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가 일품이었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의 된장찌개는 볶음밥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따뜻한 장작불 덕분에 몸도 마음도 훈훈해졌다. ‘왜 이곳이 도민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흑돼지, 푸짐한 밑반찬,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음 제주 여행에도 한길정은 꼭 다시 방문할 맛집으로 찜해두었다.
한길정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장작불 앞에서 맛있는 흑돼지를 구워 먹으며, 제주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뻔한 관광객 맛집이 아닌, 진짜 서귀포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한길정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