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푸른 바다도, 활기 넘치는 시장도 아닌, 묘하게 따뜻한 기억 한 조각이었다. 오래전 친구들과 빨간 벽돌 건물 앞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그 이재모피자의 추억. 세월이 흘러 다시 찾게 된 남포동은 여전히 활기찼지만, 그때 그 가게는 더 넓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주말 점심시간, 예상대로 가게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122팀이나 대기 중이라는 안내에 잠시 망설였지만, 이왕 온 거 포장이라도 해가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포장은 30분 정도면 된다는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예전에는 좁은 골목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재모피자를 중심으로 작은 상권이 형성된 듯했다. 길가에는 빨간 피자 박스를 들고 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눈에 띄었다. 마치 이 동네의 랜드마크처럼, 모두가 같은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듯한 모습이 재미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가게는 붉은색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4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1층은 포장 전문 공간, 2~3층은 식사를 할 수 있는 홀, 4층은 대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했다. 3층 높이까지 뻗어 있는 푸른 나무들이 붉은 벽돌과 대비를 이루며 싱그러움을 더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남포동 일대가 루체 축제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덕분에 지루함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잠시 옷 구경도 하고, 거리 공연도 보면서 옛 추억을 되살렸다. 5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피자가 나왔다는 카톡 알림이 울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피자를 받아 들고 숙소로 향했다.
포장을 열자 고소한 치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가 주문한 것은 이재모피자의 시그니처 메뉴인 이재모 피자와 김치볶음밥. 치즈가 듬뿍 올라간 피자의 비주얼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얇은 도우 위에 아낌없이 뿌려진 모짜렐라 치즈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그 위에 큼지막한 페퍼로니와 신선한 야채들이 조화롭게 놓여 있었다.

갓 구워져 나온 피자는 아니었지만, 식은 후에도 치즈는 여전히 부드럽고 쫄깃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치즈의 풍미와 신선한 토핑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이재모피자만의 특별한 토마토소스는 시판 피자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을 선사했다. 짜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감칠맛은, 왜 이 피자가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는지 단번에 이해시켜 주었다.
함께 주문한 김치볶음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밥알 하나하나에 김치의 풍미가 제대로 배어 있었고, 위에 올려진 반숙 계란과 김가루는 고소함을 더했다. 특히,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씹을 때마다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피자와 김치볶음밥이라는 다소 엉뚱한 조합이었지만, 묘하게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이재모피자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크러스트였다. 빵 끝부분에 치즈와 소시지를 넣어 만든 크러스트는, 핫도그를 먹는 듯한 재미와 풍성한 식감을 선사했다. 특히, 짭짤한 소시지와 고소한 치즈의 조합은, 피자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만, 고구마 밤 크러스트는 밤이 딱딱하고 설탕 소스 같은 것이 발라져 있어 아쉬웠다는 평도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매장에서 갓 구운 피자를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겠지만, 포장해서 먹으니 아무래도 그 맛이 덜한 것 같았다. 특히, 피클은 큰 용기에 담겨 나오지만, 국물을 빼면 양이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재모피자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이재모피자는 단순히 맛있는 피자를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며, 부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그 저력에 감탄했다. 부산에 방문한다면, 꼭 한 번 이재모피자를 방문하여 맛있는 피자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단, 웨이팅은 필수라는 것을 잊지 말자.
다음에 부산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매장에서 갓 구운 따뜻한 피자를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지막 남은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고소한 치즈와 신선한 토핑의 조화는, 부산 여행의 행복한 마무리를 장식해 주었다.

여행 꿀팁! 이재모피자는 포장 시 갈릭 소스를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으니, 꼭 추가해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피클은 피자 개수대로 제공되지만, 양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추가 주문하는 것이 좋다. 만약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오픈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웨이팅을 감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재모피자를 맛보며, 나는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맛있는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며 살아가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