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가 생겼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했다. 이런 날은 무작정 떠나야 한다. 목적지는 북한산. 등산은 아니고, 등산로 입구 근처에 숨겨진 맛집을 찾아 떠나는 미식 로드다.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수유리, 아니 강북구에서 순대국으로 명성이 자자한 “벼랑순대국”이다.
집에서 출발해 지하철을 타고 수유역에 내렸다. 역에서 조금 걸으니 저 멀리 붉은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벼랑순대대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치 벼랑 끝에 매달린 듯한 절박함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가게 앞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유명한 곳은 다르구나 싶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외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낡은 듯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커다란 글씨로 메뉴가 적혀있는 모습에서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뜨끈한 국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테이블은 다소 작고 간격도 좁았지만, 혼자 온 나에게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비좁은 공간이 혼밥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벽에는 방문객들의 흔적이 가득했다. 낙서와 메모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모습에서 이 맛집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순대국 종류가 다양했다. 일반 순대국, 벼랑 순대국, 살코기 순대국 등.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벼랑 순대국”을 주문했다. 벼랑 순대국은 곱창과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간 얼큰한 순대국이라고 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선택일 것 같았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가 내 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빨간 국물과 함께 곱창, 순대, 우거지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고소한 냄새와 매콤한 향이 침샘을 자극했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은 깍두기와 부추무침, 그리고 양념장이었다. 깍두기는 잘 익어서 아삭했고, 부추무침은 신선했다.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곱창과 내장에서 우러나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매운맛이었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었다. 이어서 순대를 맛보았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야채가 많이 들어간 옛날 순대 스타일이라 더욱 좋았다. 곱창은 냄새 하나 없이 쫄깃했고, 우거지는 국물의 시원함을 더해주었다.
밥 한 공기를 뚝배기에 말아서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밥알에 국물이 스며들어 더욱 맛있었다. 깍두기를 올려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었다. 부추무침을 곁들여 먹으니 향긋한 풍미가 입안을 즐겁게 했다.

먹다 보니 테이블이 좁게 느껴졌다. 뚝배기, 밥그릇, 반찬 접시 등을 놓으니 공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도 맛있는 순대국 앞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친절한 직원분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게를 나서니,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 있었다. 역시 수유에서 알아주는 맛집은 다르구나 싶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따뜻한 햇살 아래,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는 살코기 순대국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벼랑순대국”은 단순히 맛있는 순대국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추억과 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좁은 테이블, 낡은 벽, 친절한 직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깊은 맛.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나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북한산 등산 후, 혹은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돌아오는 길, 문득 ‘대한민국 1등 순댓국’이라는 극찬을 했다던 한 방문객의 리뷰가 떠올랐다. 북한에서 탈북해서 이 순대국을 먹기 위해 왔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섞였겠지만, 그만큼 이 집 순대국의 맛이 특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또 다른 기억에 남는 후기는 테이블이 좁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테이블은 작은 편이었지만, 혼자 방문한 나에게는 큰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혼잡한 분위기 속에서 혼밥을 즐기는 묘미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한다면 테이블이 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들을 살펴보니, 벼랑순대국의 뚝배기는 평범한 뚝배기와는 조금 다른, 검은색 돌 뚝배기였다. 뜨거운 국물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듯했다. 뚝배기 안에는 곱창, 순대, 우거지 외에도 다양한 건더기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특히, 파와 다진 양념이 듬뿍 올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깍두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 있었고, 적당히 익어서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순대국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부추무침은 신선한 부추에 참기름과 양념을 넣어 버무린 것으로, 순대국에 넣어 먹으면 향긋한 풍미를 더해준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벼랑 순대국 외에 다른 메뉴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살코기만 들어간 순대국도 깔끔하고 맛있을 것 같고, 술안주로 좋은 곱창전골도 궁금하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다양한 메뉴를 시켜놓고 나눠 먹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오늘 “벼랑순대국”에서 맛있는 순대국을 먹고, 북한산의 정기를 받아 힘찬 에너지를 얻었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도 나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벼랑순대국”은 강북구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곳이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따뜻한 인심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벼랑순대국”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벼랑 순대국을 맛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깍두기와 부추무침을 곁들여 먹는 것도 잊지 마시길.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이 당신의 미식 여정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