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동역 3번 출구를 나서자, 익숙한 도시의 소음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발걸음은 이미 오늘의 목적지, ‘즐거운맛 돈까스’를 향하고 있었다. 맛집 블로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 과연 얼마나 ‘즐거운 맛’일까? 은근한 기대감과 함께 건물 2층으로 향했다.
가게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과 몇 개의 4인 테이블이 전부. 테이블 간 간격은 넓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혼자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벽에 걸린 메뉴판은 단촐했다. 로스카츠와 히레카츠, 단 두 가지 메뉴만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메뉴 선택에 고민할 필요 없이, 나는 히레카츠를 주문했다.

주문 후,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히레카츠가 눈 앞에 놓였다. 갓 튀겨져 나온 돈카츠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튀김옷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큼지막한 돈카츠가 세 덩이, 그 옆에는 채 썬 양배추 샐러드와 깍두기, 돈까스 소스와 겨자가 함께 나왔다. 뽀얀 쌀밥과 따뜻한 미소 장국도 잊지 않고 챙겨주셨다.

젓가락으로 돈카츠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고, 돼지고기 안심은 마치 수비드한 듯 부드러웠다. 한 입 베어 무니, 육즙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만이 감돌았다.
소스는 평범했지만, 오히려 훌륭한 고기 맛을 해치지 않아 좋았다. 돈카츠 소스에 겨자를 살짝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맛이 더해졌다.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기 본연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곁들여 나온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했고, 돈카츠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소 장국은 살짝 매콤한 맛이 느껴졌다.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한 사장님의 배려일까.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돈카츠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밥알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윤기가 흐르는 밥은 찰기가 적당했고, 돈카츠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혼자 방문했기에, 로스카츠를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다음에는 꼭 친구와 함께 방문해서, 로스카츠와 히레카츠를 하나씩 시켜 나눠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등심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지방의 풍미를 느껴보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문득 상호처럼 정말 ‘즐거운 맛’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고기는 두툼하고 촉촉했다. 육즙은 풍부했고, 돼지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밥과 미소 장국, 깍두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한 끼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업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점심은 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저녁은 5시부터 7시 30분까지. 늦게 방문하면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고, 재료가 소진되어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맛있는 돈카츠를 맛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신설동에는 맛집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즐거운맛 돈까스’는 그 편견을 완전히 깨뜨려 주었다. 혜화의 유명 돈카츠 전문점 ‘정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니, 오히려 고기의 퀄리티는 ‘즐거운맛 돈까스’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가격은 ‘정돈’보다 저렴하니, 가성비 면에서도 훌륭하다.

최근에는 상호가 ‘돈부각’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맛은 그대로라고 하니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다음에는 ‘돈부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방문해서, 변함없는 맛을 확인해 봐야겠다.
‘즐거운맛 돈까스’, 아니 ‘돈부각’은 내 인생 돈카츠 맛집으로 등극했다. 신설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영업시간을 꼭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그리고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돈부각’의 돈카츠는 정말 훌륭하다.

가게는 신설동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서브웨이가 있는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 2층에 ‘돈부각’이 자리 잡고 있다. 접근성 또한 훌륭하다.
다만, 10세 이하의 어린이는 출입이 불가하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 방문할 계획이라면, 다른 맛집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오늘도 ‘돈부각’ 덕분에 즐거운 미식 경험을 했다. 신설동 맛집 탐방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다음에는 어떤 맛집을 발견하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