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역 인근,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 골목길 안쪽의 순댓국집. 평소 순댓국을 즐겨 먹는 나에게 지인이 귀띔해준 곳이었다.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순댓국들을 섭렵했지만, 이곳은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을 낸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숨겨진 고수를 만날 것 같은 설렘을 안고 길을 나섰다.
도봉역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저 멀리 옹기종기 모여 선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 바로 저기구나. 낡은 간판에 “순대국”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식당이었다. 겉모습은 평범한 동네 식당이지만, 풍겨져 나오는 포스만은 예사롭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맛집은 맛집인가 보네’ 속으로 생각하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었다. 특이하게도, 나무 주걱에 번호가 적혀 있었다. 마치 옛날 시골집에서 밥 짓는 풍경이 떠오르는 정겨운 모습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슬쩍 엿보니, 테이블마다 순댓국을 앞에 두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식사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모습만 봐도 얼마나 맛있는지 짐작이 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꽉 차 있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밑반찬과 함께 맛보기 순대와 부속이 나왔다. 뽀얀 자태를 뽐내는 순대와 윤기가 흐르는 부속들의 모습에 군침이 절로 넘어갔다.

먼저 순대부터 맛을 봤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특히,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순댓국집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순대와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였다. 부속 역시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이 집, 정말 제대로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와 깍두기도 눈길을 끌었다. 양념이 듬뿍 들어간 깍두기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먹기 좋게 썰어진 양파와 매콤한 쌈장도 순댓국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댓국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펄펄 끓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다. 뽀얀 국물 위에는 들깨가루와 다진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안에 푸짐하게 들어있는 순대와 살코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아… 이 맛이다! 뽀얀 국물은 깊고 진하면서도 깔끔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들깨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과하지 않은 들깨가루의 사용은 신의 한 수였다. 흔히 순댓국에 다진 양념을 넣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굳이 다진 양념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완벽한 맛을 냈다.
순대도 맛봤다. 쫄깃한 찹쌀순대는 역시나 맛있었다. 특히, 국물에 푹 적셔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큼지막한 살코기는 부드럽고 촉촉했다. 퍽퍽하지 않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순대와 살코기 모두 푸짐하게 들어있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느낌이었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순댓국에 말았다. 뜨끈한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더욱 맛있어졌다. 잘 익은 깍두기를 올려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김치는 깍두기에 비해 평범한 맛이었다. 하지만 깍두기가 워낙 훌륭했기에, 김치의 아쉬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없이 순댓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정말 ‘싹싹’ 비웠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맛있는 순댓국을 이제 다 먹었다니…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메뉴판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순댓국 외에도 오소리감투, 순대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문을 열고 나오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순댓국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도봉 주민들에게는 이미 소문난 맛집인 듯했다. 악수 인근에도 유명한 순댓국집들이 많지만, 이곳은 그곳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을 자랑한다. 굳이 멀리서 찾아올 필요는 없겠지만, 순댓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계속해서 순댓국 맛을 떠올렸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국물, 푸짐한 순대와 살코기, 그리고 맛있는 깍두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순댓국이었다. 앞으로 순댓국이 생각날 때면, 망설임 없이 이곳으로 향할 것이다. 내 인생 최고의 순댓국집을 찾았다는 기분 좋은 만족감과 함께.

웨이팅은 필수지만,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맛! 도봉 “지역명”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의 진정한 순댓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