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시원한 무언가가 간절했다. 냉면, 그중에서도 평양냉면이 뇌리를 스쳤다. 슴슴한 듯 깊은 육수와 메밀의 향긋함,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수원, 그중에서도 영통에 평양냉면을 제대로 한다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장 길을 나섰다. 이름하여 ‘사계면반’. 사계절 내내 평양냉면을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이름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웨이팅이 있다는 사실에 살짝 망설였지만, 이미 평양냉면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가게 앞에 놓인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초조하게 기다렸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미리 훑어봤다. 평양냉면은 기본, 비빔냉면과 만둣국도 눈에 띄었다. 특히 냉제육이라는 메뉴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활짝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는 직원 덕분에 기다림의 지루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면수가 나왔다. 멸치 육수처럼 깊고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차가운 냉면을 먹기 전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민 끝에 평양냉면 곱빼기와 비빔냉면 세트를 주문했다. 세트에는 만두가 포함되어 있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맑고 투명한 육수 위로 얇게 썰린 제육과 오이, 그리고 반숙 계란이 정갈하게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육수와 잘 섞은 후, 드디어 첫 젓가락을 들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메밀 향과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수의 조화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면은 자가제면이라 그런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육수는 정말이지, 마시는 순간 온몸으로 시원함이 퍼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슴슴한 맛 속에 숨겨진 은은한 감칠맛이 계속해서 입맛을 당겼다.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냉면 위에 올려진 제육도 훌륭했다. 얇게 썰려 부드러웠고, 냉면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담백한 맛이 냉면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반숙 계란은 고소함을 더해주었고, 아삭한 오이는 신선함을 더했다.

곧이어 비빔냉면 세트가 나왔다. 평양냉면과는 전혀 다른, 강렬한 붉은색 양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빔냉면 위에도 역시 반숙 계란과 오이가 올려져 있었고, 통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세트에 포함된 만두는 큼지막한 크기를 자랑했다. 찜기에 담겨 나온 만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비빔냉면은 매콤달콤한 양념이 인상적이었다. 젓가락으로 비비는 동안에도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먹어보니, 기분 좋게 매운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달콤함과 감칠맛도 함께 느껴져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면발은 평양냉면과 마찬가지로 쫄깃했고, 양념이 잘 배어들어 더욱 맛있었다.

만두는 속이 꽉 차 있었다. 돼지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만두는 육즙이 풍부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비빔냉면과 함께 먹으니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면서도, 만두의 느끼함은 잡아주어 환상의 조합이었다. 만두 한 입, 비빔냉면 한 입 번갈아 먹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평양냉면 곱빼기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어서 육수까지 남김없이 들이켰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자꾸만 생각나는 육수였다. 비빔냉면 역시, 매콤달콤한 양념이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만두 또한, 큼지막한 크기와 푸짐한 속 덕분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배부름과 함께 행복감이 밀려왔다. 무더위 속에서 찾은 평양냉면 맛집, 사계면반은 내 기대를 200% 충족시켜주었다.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영통에서 평양냉면을 찾는다면, 망설임 없이 사계면반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곳의 평양냉면이 평양냉면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슴슴한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사계면반의 평양냉면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육수의 깊은 맛과 메밀면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평양냉면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음에는 냉제육과 만둣국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냉제육은 어떤 맛일지 너무나 궁금하다. 아마도 냉면만큼이나 훌륭한 맛을 선사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계절 내내 변함없는 맛을 유지한다는 사계면반, 앞으로 나의 단골 맛집이 될 것 같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직원분이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 인사에 나도 모르게 “네, 또 올게요!”라고 답했다. 발걸음은 가벼웠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나는 영통에서 인생 평양냉면을 만났다. 수원에서의 미식 경험은 이렇게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