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도 인정한 오금동 평양냉면 맛집, 옥돌현옥에서 맛보는 겨울의 깊은 풍미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따뜻한 국물 요리가 간절했지만 어쩐지 오늘은 슴슴한 평양냉면이 유난히 당겼다. 평소 즐겨 찾던 송파 지역 맛집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이름이 오르내리던 ‘옥돌현옥’이 문득 떠올랐다. 미슐랭 가이드에도 선정되었다는 이야기에, давно 고민만 하던 방문을 드디어 결심했다.

차가운 공기를 헤치며 도착한 옥돌현옥은, 생각보다 소박한 모습이었다. 번화한 대로변에서 살짝 벗어난 골목길에 자리 잡은 덕분인지, 요란한 간판 대신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맞아주는 듯했다. 가게 앞에 겨우 두 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었지만,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옥돌현옥 외부 전경
고요한 골목길을 밝히는 옥돌현옥의 따스한 불빛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갈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한쪽 벽면에는 방문객들의 정겨운 낙서와 사인이 가득 붙어 있었고, 은은한 조명 아래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랄까.

자리를 잡고 앉으니 따뜻한 메밀차를 내어주셨다. 쌉쌀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차가운 몸을 녹여주는 듯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평양냉면을 비롯해 돼지곰탕, 어복쟁반, 제육 등 다양한 이북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평양냉면 전문점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다른 메뉴들의 평도 좋아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고심 끝에 평양냉면과 함께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제육 반 접시, 그리고 따끈한 돼지곰탕을 주문했다. 평양냉면 마니아라면 당연히 물냉면을 선택했겠지만, 왠지 오늘은 비빔냉면의 매콤함이 끌렸다. 잠시 후, 정갈한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잘 익은 김치와 시원한 동치미, 그리고 짭짤한 오징어젓갈이 입맛을 돋우었다.

정갈한 밑반찬
깔끔하고 정갈한 옥돌현옥의 밑반찬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뽀얀 육수 위로 메밀 면이 소담하게 얹혀 있었고, 그 위에는 삶은 계란 반쪽과 얇게 저민 돼지고기, 소고기 편육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었다. 면 위에는 고춧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어, 슴슴한 평양냉면에 포인트를 더하는 듯했다.

옥돌현옥 평양냉면
정갈하게 담겨 나온 옥돌현옥의 평양냉면

젓가락으로 면을 풀어 헤치니, 100% 순메밀로 만들었다는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살아있는 듯했고, 은은한 메밀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먼저 육수부터 한 모금 들이켜 보았다. 기대했던 대로, 맑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육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함께 삶아 낸 육수라고 하는데, 묘하게 친근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과하지 않은 간은 재료 본연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면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안에 넣으니, 역시나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질기거나 억센 느낌 없이, 부드럽게 끊어지는 면발이 슴슴한 육수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과 육수를 함께 음미하니, 입안 가득 퍼지는 메밀 향과 은은한 육향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고명으로 올라간 돼지고기 편육과 소고기 수육도 훌륭했다.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깔끔했고, 소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특히 돼지고기는 껍데기까지 붙어 있어 쫀득한 식감을 더했다. 면과 함께 고기를 곁들여 먹으니, 슴슴한 냉면의 맛이 더욱 풍성해지는 듯했다.

평양냉면 면
젓가락으로 들어올린 메밀면의 자태

이어서 제육이 나왔다. 따뜻하게 삶아져 나온 돼지고기 수육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 나왔다. 젓가락으로 집어 들자, 부드러운 살코기와 쫀득한 비계의 조화가 눈으로도 느껴졌다. 새우젓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윤기 흐르는 제육
촉촉함이 느껴지는 옥돌현옥의 제육

특히 함께 나온 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제육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더욱 돋우었다. 쌈을 싸 먹으니, 마치 고급 한정식집에 온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마지막으로 돼지곰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어 넣은 파가 얹혀 있었고, 얇게 썬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곰탕에 들어간 고기는 얇게 슬라이스 되어 있어 부드러웠고, 양도 푸짐해서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평양냉면과 만두
평양냉면과 곁들여 먹기 좋은 만두

특히 곰탕에는 부추와 오징어젓갈이 함께 제공되었는데, 곰탕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부추의 향긋함과 오징어젓갈의 짭짤함이 곰탕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오징어젓갈을 고기와 함께 쌈처럼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정말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옥돌현옥이 왜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평양냉면, 잡내 없이 부드러운 제육, 그리고 따뜻하고 진한 돼지곰탕까지, 모든 메뉴가 훌륭했다. 특히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와 정갈한 분위기는 식사를 더욱 만족스럽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가게 앞에 겨우 두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밖에 없어, 붐비는 시간에는 주차가 어려울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평양냉면의 면이 다소 질기다는 평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오히려 좋았다. 면의 식감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번에는 어복쟁반에 도전해봐야겠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어복쟁반을 즐기는 손님들이 많았다. 특히 푸짐한 양과 다양한 재료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옥돌현옥의 어복쟁반은 한우 암소 사태와 양지를 쑥갓, 표고버섯과 함께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고 하는데, 그 맛이 정말 궁금하다.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옥돌현옥의 메뉴판

오금동에서 맛보는 수준 높은 이북 음식, 옥돌현옥. 평양냉면 마니아는 물론, 평소 평양냉면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돼지곰탕과 시원한 평양냉면으로 몸과 마음을 녹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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