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들던 그 냄새의 정체는 바로 청국장. 요즘은 청국장 특유의 향 때문에 즐겨 먹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다. 며칠 전부터 그 깊고 진한 청국장 맛이 어찌나 간절하던지, 퇴근길에 선비마을 근처에 위치한 장모네토속청국장을 방문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주차는 쉽지 않았다. 좁은 길가에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빈자리를 발견하고 얼른 차를 세웠다. 주차단속 시간대를 피하려면 가게 상가 쪽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미리 알아둔 덕분이다. 평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주말 등산객들로 붐빈다는 후기와는 달리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바로 그 쿰쿰한 청국장 냄새가 코를 찔렀다. 향수를 자극하는 냄새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토속청국장 백반과 보리비빔밥이 주력 메뉴인 듯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청국장과 보리밥을 모두 맛볼 수 있는 토속청국장+보리비빔밥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푸짐한 반찬들이 순식간에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콩나물, 김치, 나물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특히, 쌈 채소가 함께 나오는 돼지두루치기는 청국장 백반의 훌륭한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쉬운 점은 쌈 채소의 양이 조금 적었다는 것. 하지만, 푸짐한 인심 덕분에 부족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국장이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채로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두부와 채소들이 듬뿍 들어 있었고, 진한 된장 향이 코를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한 술 떠서 맛보니, 콩을 갈지 않고 그대로 띄워 넣어 끓인 덕분에 콩의 깊은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청국장 특유의 쿰쿰한 냄새는 여전했지만,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냄새가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푹 익은 김치를 쭉 찢어 따끈한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보리밥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커다란 양푼에 담겨 나온 보리밥에 각종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톡톡 터지는 보리의 식감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고추장의 깊은 맛이 보리비빔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식사를 하면서 가게 안을 둘러보니, 1999년부터 이곳에서 영업을 해왔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저력이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사장님이 직접 개발했다는 육수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다음에는 육수를 구입해서 집에서 청국장을 끓여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삼겹살 메뉴는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삼겹살은 준비 중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청국장과 보리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옷에 밴 청국장 냄새가 조금 신경 쓰였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만족감이 훨씬 컸다. 장모네토속청국장은 멀리서 찾아올 정도의 특별한 맛집은 아니지만, 매봉중학교나 선비마을 근처에서 청국장이 생각날 때 부담 없이 들르기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청국장 특유의 쿰쿰한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청국장 냄새가 전혀 나지 않으면서도 콩의 깊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만, 서비스는 조금 아쉬웠다. 주인 아주머니가 다소 지쳐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모든 것이 용서됐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추억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모네토속청국장에서 맛본 청국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쿰쿰한 냄새와 함께 잊고 지냈던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 입가에 맴도는 구수한 청국장 향과 함께 마음속 깊은 곳에 따뜻함이 가득 차올랐다. 가끔은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음식이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강남구에서 맛보는 정겨운 맛집, 장모네토속청국장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