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세월이 녹아든 남대문 시장 평양냉면 맛집, 부원면옥에서 맛보는 깊은 향수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붐비는 인파와 활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한 남대문 시장. 그곳에서 6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평양냉면 노포, ‘부원면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전현무계획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들었지만, 복잡한 시장통에 자리한 탓인지 쉬이 발걸음이 향하지 않았던 곳이다. 오늘은 작정하고, 잃어버린 미각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행을 떠나리라 다짐하며 길을 나섰다.

회현역에서 내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낡은 상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부원면옥’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어쩐지 모르게 정겹다. 입구에는 ‘계단 좌측으로 대기해 주세요’라는 안내문과 함께, 빼곡하게 적힌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물냉면, 비빔냉면, 닭무침, 빈대떡…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메뉴들 앞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부원면옥 입구 안내문과 메뉴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입구, 메뉴판을 보니 설렘이 가득해진다.

2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은 길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면수가 제공되었다. 슴슴하면서도 은은한 메밀 향이 느껴지는 면수가 입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낡은 테이블 위에는 겨자와 다진 양념이 놓여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겹고 푸근한 느낌이 들었다.

메뉴판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평양냉면(물냉면), 비빔냉면, 닭무침, 빈대떡, 제육무침… 고민 끝에, 부원면옥의 대표 메뉴인 평양냉면과 빈대떡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이 눈 앞에 나타났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겉보기에는 소박했지만, 그 안에는 65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맑고 투명한 육수 위로 얇게 썰린 돼지고기 수육과 오이, 무 절임, 그리고 반으로 갈라진 삶은 계란이 정갈하게 올려져 있었다.

평양냉면의 정갈한 모습
맑고 투명한 육수, 정갈하게 올려진 고명이 입맛을 돋운다.

젓가락으로 면을 살살 풀어 육수와 함께 맛을 보았다. 첫 맛은 슴슴했다. 하지만 씹을수록 은은한 육향과 메밀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인위적인 단맛이나 자극적인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왜 이 집이 65년 동안 사랑받아 왔는지 알게 해주는 듯했다. 면은 메밀 함량이 아주 높지는 않은 듯, 툭툭 끊어지는 식감보다는 약간 쫄깃한 느낌이 있었다.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냉면을 어느 정도 맛본 후, 겨자와 다진 양념을 살짝 넣어 맛을 보았다. 겨자의 톡 쏘는 맛과 다진 양념의 매콤한 맛이 더해지니, 냉면의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특히, 얇게 썰린 돼지고기 수육은 부드럽고 담백했다. 냉면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아삭아삭한 오이와 무 절임은 시원하고 상큼한 맛을 더해주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냉면을 먹는 동안,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바로 빈대떡이 구워지는 냄새였다. 잠시 후,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빈대떡이 테이블에 놓였다. 얇고 넓적한 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녹두의 고소함! 돼지 기름으로 튀기듯 구워낸 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자랑했다.

노릇노릇한 빈대떡의 자태
돼지 기름에 튀기듯 구워낸 빈대떡, 겉바속촉의 정석이다.

빈대떡을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냉면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시원한 냉면과 따뜻한 빈대떡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느끼할 틈도 없이, 빈대떡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부원면옥에서는 평양냉면 외에도 닭무침이 인기 메뉴라고 한다. 새콤달콤매콤한 양념에 닭고기를 버무린 닭무침은, 술안주로도 좋고, 냉면과 함께 먹어도 맛있다고 한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닭무침을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제육무침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메뉴 중 하나라고 한다. 삶은 돼지고기를 양념에 버무려 내는 제육무침은,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이라고 한다.

평양냉면 한 그릇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평양냉면의 매력.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유명인들의 사인이 붙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사인이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생전에 한국을 방문할 때면 종종 부원면옥을 찾았다고 한다. 그의 사인에서, 부원면옥의 오랜 역사와 깊은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부원면옥은 남대문 시장 안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65년의 역사를 간직한 평양냉면의 깊은 맛을 보기 위해, 그 정도 수고는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좁은 골목길을 헤쳐, 낡은 상가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게 내부는 넓지 않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좁지 않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평일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부원면옥은 매일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저녁 8시에 문을 닫는다. 라스트 오더는 저녁 7시 40분이다. 또한, 일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동절기(11월부터 2월까지)에는 매주 일요일 휴무이며, 하절기(3월부터 10월까지)에는 1, 3, 5주 일요일에 휴무한다.

부원면옥, 백년가게 인증
백년가게 인증 마크가 더욱 신뢰를 더한다.

부원면옥의 평양냉면 가격은 11,500원이다. 비빔냉면은 12,000원, 물냉면(곱)은 13,500원, 비빔냉면(곱)은 14,000원이다. 빈대떡은 6,000원, 소주는 5,000원, 맥주는 6,000원, 막걸리는 4,000원, 청하는 6,000원, 음료수는 2,000원이다. 남대문 시장이라는 위치를 고려하면,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부담 없이 평양냉면과 빈대떡을 즐길 수 있다.

부원면옥은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회현역(남대문시장역) 5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작은 골목이 나온다. 그 골목으로 약 15미터 정도 들어가면, 1층에 부원면옥 안내판이 보인다. 그 안내판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부원면옥 메뉴
착한 가격에 즐기는 평양냉면과 다양한 메뉴들.

부원면옥은 단순한 평양냉면 가게가 아니다. 6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서민들의 애환을 함께 해 온 역사적인 공간이다. 그곳에서 맛보는 평양냉면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다. 남대문 시장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부원면옥에 들러 평양냉면 한 그릇 맛보기를 추천한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향과 쫄깃한 면발, 그리고 고소한 빈대떡의 조화는,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나는 부원면옥에서 평양냉면 한 그릇을 비우며, 65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다음에는 닭무침과 제육무침에 막걸리 한 잔 기울이러 와야겠다 다짐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남대문 시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하루였다.

맛있는 냉면
언제나 다시 찾고 싶은 남대문 부원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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