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의 푸르름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슴슴한 평양냉면이 간절하게 떠올랐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맴돌던 그 묘한 끌림에 이끌려, 나는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아 강서구 마곡동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소곤면옥’, 자가제면 순메밀 평양냉면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서울식물원 바로 앞에 위치한 소곤면옥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깔끔한 외관을 자랑했다. 붉은 벽돌과 통창의 조화가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고, 은은한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늦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주차는 건물 뒤편에 마련된 공간을 이용했는데, 다소 협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근처에 넓은 공영주차장이 있어 큰 불편함은 없었다. 주차를 마치고 식당 입구로 들어서자, 맷돌로 메밀을 직접 빻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면을 뽑는다는 점이 신뢰감을 더했다. 한켠에는 기름 짜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들기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원목을 사용한 인테리어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잔잔한 음악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는 평양냉면을 비롯해, 들기름 메밀국수, 골동면, 냉제육, 만두 등 다채로운 메밀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이곳의 대표 메뉴인 순메밀 평양냉면과, 곁들여 먹을 만두를 주문했다. 메뉴판 한켠에 적힌 ‘하루 200그릇 한정 판매’라는 문구가, 냉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하게 담긴 냉면과 만두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스테인리스 냉면 그릇에 담긴 평양냉면은, 뽀얀 면발 위에 삶은 계란 반쪽, 오이, 그리고 얇게 저민 고기가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맑고 투명한 육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육수에 잘 풀어준 후, 면을 한 젓가락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툭, 하고 끊어지는 순메밀면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메밀의 향긋함은, 여느 냉면과는 차별화된 풍미를 선사했다. 육수는 슴슴하면서도 깔끔했다. 묵직한 육향이나 자극적인 맛은 없었지만, 은은하게 감도는 고기 육수의 풍미가 메밀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마치 잘 숙성된 동치미처럼,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슴슴함 속에 숨겨진 깊은 맛이 좋았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인 사골 육수처럼, 은은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육수를 들이켜니, 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냉면과 함께 주문한 만두도 훌륭했다. 큼지막한 크기의 만두는, 얇고 쫄깃한 피 안에 육즙 가득한 소가 듬뿍 들어 있었다. 만두소를 한 입 베어 무니, 돼지고기와 채소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만두피의 쫄깃함이 인상적이었다. 슴슴한 평양냉면과 함께 먹으니, 짭짤한 만두의 맛이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평양냉면과 함께 만두, 냉제육 등을 푸짐하게 시켜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아이들과 함께 와도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곤면옥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친절한 서비스였다. 직원들은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주문을 받는 동안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음식을 가져다줄 때에도,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어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이다. 순메밀 평양냉면 한 그릇에 15,000원, 만두도 10,000원이 넘는 가격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좋은 재료와 정성스러운 음식 솜씨를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가격일 수도 있지만, 자주 방문하기에는 망설여질 것 같다. 또한, 2층 건물 전체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불편했다. 특히, 식사 시간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입구에 들기름을 판매하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한 병을 구입했다. 집에서 나물 무쳐 먹을 때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대 옆에는 작은 키오스크가 놓여 있었는데, 반찬이 부족할 경우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소곤면옥에서의 식사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풍미의 평양냉면은, 무더운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 주기에 충분했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또한 만족도를 높였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서울식물원 나들이 후 방문하기에 좋은 맛집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층에는 룸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모임이나 회식 장소로도 좋을 것 같다. 그 때는 평양냉면뿐만 아니라, 다른 메밀 요리들도 함께 맛봐야겠다. 특히, 들기름 메밀국수와 골동면은 꼭 먹어보고 싶다.

소곤면옥을 나서며, 나는 다시 한번 서울식물원을 바라봤다. 푸르른 녹음과 맑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언제 봐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다음에는 서울식물원에서 산책도 즐기고, 소곤면옥에서 맛있는 식사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서울 강서구 지역 주민이라면, 혹은 서울식물원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소곤면옥에 들러 슴슴한 평양냉면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