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맑게 개인 하늘 아래, 답답한 마음을 씻어내고자 아라뱃길로 향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문득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중,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랗게 쓰인 “정서진메밀면옥”이라는 간판이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100% 순메밀 자가제면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홀린 듯 핸들을 꺾었다.
건물 앞에 차를 대고 보니, 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붐빌 것 같지만, 평일 늦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가게 앞으로 다가가니, 큼지막한 간판이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글씨로 쓰인 상호와 “100% 순메밀”이라는 문구가 맛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마치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한 외관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창 너머로는 아라뱃길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 가슴까지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햇살이 깊숙이 들어와 따스한 분위기를 더했다. 직원분께서 햇볕이 너무 강렬하지 않도록 블라인드를 조절해 주시는 세심함에 감동했다. 은은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도 편안한 식사를 돕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물메밀, 비빔메밀, 콩국수, 메밀전병, 감자채전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100% 순메밀로 만든다는 평양냉면 스타일의 물메밀이 가장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평양냉면 특유의 슴슴한 맛을 느껴보고 싶어 물메밀을 주문했다. 감자채전도 놓칠 수 없을 것 같아 함께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없었지만, 소바도 가능하다는 말에 냉소바도 추가했다.
주문 후, 따뜻한 면수 대신 시원한 생수가 제공되었다. 예전에는 주전자에 면수를 담아줬다고 하는데, 이제는 생수로 바뀐 듯했다. 깔끔한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 한쪽에는 식초와 겨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백김치와 무생채가 나왔는데, 짜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생와사비가 함께 제공되는 점이 좋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물메밀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물메밀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뽀얀 메밀면 위에는 가지런히 놓인 고명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삶은 계란 반쪽, 오이, 백김치, 그리고 얇게 썰린 고기가 올라가 있었다. 100% 순메밀 면이라 그런지, 면발에서 은은한 메밀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육수를 먼저 맛보니,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흔히 먹던 자극적인 냉면 육수와는 확연히 다른, 은은한 육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시원한 갈비탕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면을 들어올려 후루룩 맛보니, 쫄깃한 식감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서 100% 순메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테이블에 놓인 ‘메밀국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 안내문을 참고하여, 겨자를 살짝 풀어 넣었다. 생와사비의 톡 쏘는 매운맛이 슴슴한 육수와 어우러져 색다른 풍미를 자아냈다. 백김치와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평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처음에는 슴슴한 맛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먹을수록 메밀 본연의 풍미가 느껴지면서,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물메밀을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감자채전이 나왔다. 얇게 채 썬 감자를 바삭하게 부쳐낸 감자채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찢어 한 입 맛보니, 고소한 감자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슴슴한 물메밀과 짭짤한 감자채전의 조화가 훌륭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냉소바는 판모밀 스타일이 아닌, 국물에 면이 담겨 나오는 형태로 제공되었다. 시원한 멸치 육수에 메밀면이 담겨 있고, 김 가루와 쪽파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었다. 국물은 깔끔하고 시원했으며, 면은 역시 100% 메밀면이라 부드러웠다. 흔히 아는 소바 맛이라,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은은한 메밀 향이 입안에 맴도는 듯했다. 왠지 모르게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산대 옆에는 도정하지 않은 메밀과 도정 후 메밀, 그리고 메밀가루를 전시해 놓아, 손님들에게 음식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었다.

정서진메밀면옥은 100% 순메밀로 만든 면을 사용해, 메밀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평양냉면 스타일의 물메밀은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향이 인상적이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감자채전도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맛있는 메뉴였다. 아라뱃길을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메밀국수 한 그릇에 13,000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발길이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주차장이 협소하여 주말이나 휴일에는 주차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서진메밀면옥은 인천 서구에서 맛있는 냉면을 맛볼 수 있는 숨은 맛집임에는 틀림없다. 슴슴한 평양냉면을 좋아하거나, 건강한 메밀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아라뱃길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들러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 먹으면, 더위도 잊고 기분 전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