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인제의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문득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과 함께 그곳에 자리한 식당을 발견하게 된다. ‘청정골’, 낯설지만 정감 가는 간판을 내건 이 산채 전문점은 겉모습만으로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자연의 정취와 정성이 오롯이 담긴 공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처음 이곳을 찾은 이유는 버섯전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식당 안에서 마주한 메뉴판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가장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메뉴는 역시나 ‘산채정식’임을 알 수 있었다. 수십 가지의 나물과 장아찌로 채워지는 산채정식이야말로 이 집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다른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는 설렘도 안고 있었다.

이곳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음식에 대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산나물, 감자전, 버섯, 심지어 담금주까지. 모든 메뉴에 담긴 그의 열정은 분명 평범한 식당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선사했다.
가장 먼저 만난 산채정식은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선물이었다. 봄에 채집했다는 12가지의 산나물이 화려하게 차려졌다. 처음에는 형형색색의 나물들이 온통 초록빛으로만 보여 다소 단조로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젓가락을 들어 나물 하나하나를 맛보는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물마다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 숨 쉬고 있었고, 짭짤하게 삭힌 강된장에 비벼 먹을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깊은 풍미는 그 어떤 설명으로도 부족했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은 덤이었다.


이어 맛본 버섯전골은 조미료의 흔적을 찾기 힘든 맑고 깊은 맛을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압권은 값비싼 능이버섯이었다. 귀한 능이버섯이 마치 그 자체로 국물을 이루는 듯 아낌없이 들어 있었다. 흔히 능이버섯을 사용한 전골에서 나는 특유의 향긋함과 진한 풍미가 온전히 국물에 녹아 있었고, 인공적인 조미료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사장님께서 직접 산에서 캐오셨다는 이야기는 이 버섯전골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었다. 이 정도의 귀한 재료를 이 가격에, 그것도 직접 채취한 것으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제가 경험한 ‘최고’의 메뉴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감자전’을 선택할 것이다. 감자전이라면 늘 먹던 그 맛이겠거니, 혹은 얼마 전 막국수집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하리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분명 감자만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는 감자전이었지만, 그 맛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겉은 바삭하게 익었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었으며, 씹을수록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단맛은 감자 본연의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느냐고 사장님께 여쭤보니, 직접 농사짓는 감자가 유난히 달다고 하신다. 아쉽게도 그날은 너무 작은 크기라 따로 판매는 하지 못하셨다고 하셨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감자전 경험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인생 최고의 감자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이곳의 음식은 흠잡을 데 없이 맛있었다. 특히 함께 방문했던 어르신들께서 정말 만족스러워하셨다는 점이 큰 기쁨이었다. 1인당 1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이토록 훌륭한 산채정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행운이다. 2만원짜리 산채비빔밥을 먹는 대신, 이곳에서 산채정식도 맛보고 곁들여 감자전까지 즐기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겨울이 다가오면 더욱 깊어질 산의 풍미를 느끼기 위해, 반드시 다시 찾으리라 다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따뜻함이 인상 깊었다. 그의 진심이 담긴 음식처럼, 그의 이야기도 귀담아들을 가치가 충분했다. 인제의 깊은 자연 속에서, ‘청정골’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마음까지 채워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