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요즘 날씨가 참 좋지라우?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고, 꽃망울이 터지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특히 제가 사는 동네, 진해는 말할 것도 없지요. 이맘때면 온 동네가 하얗게 물들어요.

하늘하늘 흩날리는 벚꽃잎 보려고, 해마다 이맘때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있어요. 여기는 말이지요, 벚꽃 터널 아래 작은 개울가에 알록달록한 우산들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랍니다. 봄이면 연인들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손잡고 이 길을 걸으며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어요. 저도 어찌나 이쁜지, 몇 번이고 다시 발걸음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 좋은 경치만큼이나 제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제가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맛집이랍니다. ‘오픈런’이라는 말을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쓰던데, 저도 그 말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아침 일찍 서둘러 갔는데도,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기다리는 동안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시골 할머니 댁 평상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을 주었거든요.


드디어 제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게 안은 너무 번쩍이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따뜻한 조명 덕분에 아늑했어요. 벽면에는 옛날 사진 같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더라고요. 마치 어릴 적 살던 동네 길목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메뉴판을 보니, 이곳의 주메뉴는 바로 장어구이였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했어요. 보통 장어구이 하면 집에서 구울 때 옷에 냄새도 배고, 연기도 많이 나고 해서 좀 번거롭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손님들이 직접 굽는 게 아니라, 다 구워져서 나오는 장어를 바로 먹을 수 있더라고요. 덕분에 옷에 냄새 밸 걱정도 없고, 편하게 앉아서 맛있는 장어를 즐길 수 있었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구이가 나왔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어를 보니, 이건 뭐… 말해 뭐하겠어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장어는 양념이 맵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딱 알맞게 배어있었어요. 한 젓가락 집어 입안에 넣는 순간,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거예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에, 장어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아이고, 이 맛 좀 보라고 세상에다 자랑하고 싶더라고요.
같이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습니다. 갓 담근 듯한 김치는 아삭하고 시원했으며, 새콤달콤한 샐러드는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죠. 장어 양도 넉넉해서, 1인분만 시켜도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괜히 ‘1인 1인분’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었어요.
사실 장어구이 말고도, 이곳에는 숨겨진 보물 같은 메뉴들이 있었답니다. 혹시 십원빵이라고 아시나요? 터키 아이스크림 가게 옆에서 팔던데, 제가 갔을 때 제일 저렴하더라고요. 어릴 적 먹던 추억의 맛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하나 사 먹어봤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 집 장어구이는 정말이지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특별할 것 없이 익숙한 맛인데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먹을수록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여기 사장님 손맛이 아주 좋으신가 봐요. tanti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으시는 게 느껴졌거든요.
진해에 오신다면, 특히 벚꽃 시즌에 오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아름다운 벚꽃길을 거닐며 봄을 만끽하고, 이곳에서 맛있는 장어구이로 든든하게 속을 채우면, 그야말로 완벽한 봄날이 될 거예요.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런 따뜻한 맛이 있는 곳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