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 맛을 잊지 못해서일까. 가끔은 훅 하고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잖아. 그런 날이면 괜스레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지. 바로 수원 남문, 화성행궁 근처에 있는 장우동이다. 이곳은 2, 3층으로 나뉜 오래된 가게지만, 오히려 그 낡음이 주는 편안함과 옛 감성이 나를 이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왁자지껄 북적이는 시장 풍경과는 사뭇 다른, 차분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가 먼저 나를 맞이한다. 1층보다는 좀 더 한적하게 식사하고 싶어서 2층 자리 안내를 받았지만, 왠지 3층이 더 여유로울 것 같아 곧장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런, 주문은 다시 2층으로 내려가서 해야 한다는 사실! 귀여운 해프닝이었지.

이곳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우동. 맑고 따뜻한 국물에 넉넉하게 담긴 면발, 그리고 그 위에 소복하게 얹어진 김가루와 튀김 조각들이 어우러진 비주얼이 딱 내가 찾던 그 맛이다. 후루룩 한 젓가락 입에 넣는 순간, 뜨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온몸으로 퍼지는 그 개운함이란! 쫄깃한 우동면발과 더불어 씹는 맛을 더하는 튀김 조각, 그리고 은은한 김의 풍미까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조화가 정말 마음에 든다.

사진으로 봐도 느껴지겠지만, 면발이 정말 살아있는 느낌이지? 뚝뚝 끊어지는 면이 아니라, 씹을 때마다 쫄깃한 식감이 제대로 느껴진다. 튀김 조각들이 국물에 살짝 풀어져서 국물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고.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한 그릇이었다.
하지만 장우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비빔만두다. 비록 이번 방문에는 먹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비빔만두를 추천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 다음에 오면 꼭 1순위로 시킬 메뉴다.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 이 비주얼에 반했지. 바삭하게 튀겨진 만두 위에 새콤달콤한 양념과 채소가 듬뿍 올라가 있고, 그 옆으로는 밥과 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마치 퓨전 요리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지. 튀긴 만두의 바삭함과 양념의 조화, 거기에 아삭한 채소까지 더해지면 정말 환상적인 맛일 것 같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이 비빔만두가 “별로였다”라고 평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내 생각엔, 이게 무슨 음식이든 ‘기대치’라는 게 있잖아. 너무 거창한 기대를 하지 않고, 딱 옛날 분식집에서 먹는 그 맛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튀긴 만두의 고소함과 양념의 새콤달콤함이 어우러져 술술 넘어가는 맛이라고 할까.

다른 메뉴도 궁금해서 살펴보니, 김치볶음밥도 괜찮다는 평이 많더라. 사진으로 보니 왠지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 짭짤한 김치와 밥이 어우러져 든든하게 한 끼 식사로 제격일 것 같아. 계란 프라이까지 얹어져 나오니, 맛없을 수가 없는 조합 아니겠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이 김치볶음밥은 비주얼만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붉은 양념에 밥알이 고슬고슬하게 볶아져 있고, 그 위에 김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까지 더해졌을 것 같다. 톡 터지는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서 밥이랑 슥슥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 외에도 돈까스나 다른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는 것 같더라. 사진을 보니, 왠지 옛날 경양식집에서 볼 법한 비주얼인데,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진 돈까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지. 갓 튀겨낸 돈까스의 바삭함과 소스의 달콤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것 같아.
이 김치볶음밥 사진을 보면, 정말 “맛있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밥알 하나하나에 김치 양념이 제대로 배어든 게 느껴지고, 그 위에 얹어진 반숙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가 흘러내릴 것만 같다. 밥이랑 김치, 그리고 계란 노른자를 섞어서 한입 크게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정말 군침 도는 비주얼이다.
아, 이 사진을 보니 김밥도 팔고 있었구나. 왠지 우동이나 김치볶음밥이랑 같이 시켜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아. 김밥 속 재료가 꽉 찬 것을 보니, 밥 양에 비해 속이 실하게 들어있는 스타일인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든다.
이 김치볶음밥은 정말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으면서도 양념이 잘 배어든 모습. 왠지 모르게 톡톡 터지는 식감도 느껴질 것 같은 그런 볶음밥.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입에 넣으면, 새콤한 김치의 맛과 짭짤한 밥이 어우러져 절로 밥도둑이 될 것 같다.
다시 우동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 튀김 조각들이 정말 별미다. 국물에 눅눅해지기 전에 건져 먹으면 바삭함이 살아있고, 국물과 함께 먹으면 또 다른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마치 빵 조각을 수프에 찍어 먹는 느낌이랄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져서 우동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주는 것 같다.
김밥 속을 자세히 보니, 알록달록한 색감이 정말 예쁘다. 당근, 오이, 계란, 단무지 등 기본적인 재료들이 충실하게 들어가 있는데, 밥 양도 적당하고 재료의 비율도 좋아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균형 잡힌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모르게 건강한 느낌도 들고 말이지.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 장우동. 과거 그 시절의 맛 그대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간만에 먹는 우동 한 그릇과 비빔만두는 확실히 과거를 추억하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특별한 맛집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편하게 들러서 옛날 감성을 느끼며 식사하기 좋은 곳이라고 해야 할까.
특히 아이들과 함께 시장 구경을 하다가 출출해졌을 때, 혹은 옛날 음식이 그리울 때 방문하기 딱 좋다. 북적이는 시장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아? 시끌벅적한 시장 한복판에 있지만, 가게 안은 또 다른 세상처럼 아늑하다. 이런 소소한 풍경들이 모여서 장우동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보통의 맛”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추억이라는 양념이 더해져 특별한 맛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수원에 간다면, 혹은 옛날 그 맛이 그리워진다면, 꼭 한번 들러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