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이 향에 취하는 정읍 맛집, 품은닭에서 즐기는 약초 백숙의 향연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따뜻한 밥 한 끼와 정겨운 인심을 느끼고 싶어 전북 정읍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발길을 이끈 곳은 바로 ‘품은닭’.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능이 향 가득한 약초 백숙과 푸짐한 전라도 밥상을 통해 잊고 지냈던 고향의 정취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능이버섯 특유의 깊고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은은하게 풍기는 약초 향은 덤.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이미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벽면 한쪽에는 약초를 담근 술들이 켜켜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오랜 역사를 지닌 약방을 연상시켰다. 사진으로만 보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약초들이 담겨있는 술병들을 보니, 이곳 ‘품은닭’의 백숙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정성껏 준비한 보양식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양한 약초술이 담긴 병들이 진열된 모습
가게 한 켠을 가득 채운 약초술들은 ‘품은닭’의 오랜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푸짐한 밑반찬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갓 담근 김치부터 시작해서, 깻잎 장아찌, 콩나물 무침, 묵은지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전라도 특유의 푸짐한 인심이 느껴지는 상차림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잘 익은 김치였는데,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붉은 빛깔이 어서 맛보라 손짓하는 듯했다. 사장님께서는 마치 오랜 단골을 대하듯 푸근한 미소로 반찬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오늘 김치가 아주 맛있게 익었어유. 묵은지도 푹 삭아서 밥에 싸 먹으면 딱이지.” 넉넉한 사장님의 인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채로운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는 모습
전라도 인심이 느껴지는 푸짐한 밑반찬들은 ‘품은닭’의 자랑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능이 약초 백숙이 등장했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닭과 함께 능이버섯, 각종 약초, 그리고 신선한 대파가 듬뿍 들어 있었다. 뽀얀 국물 위로 떠오른 능이버섯의 검은 자태는 마치 숲 속에서 갓 캐낸 보석 같았다. 코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능이 향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능이버섯과 약초가 듬뿍 들어간 백숙의 모습
능이버섯의 깊은 향과 약초의 조화가 일품인 능이 약초 백숙.

국물부터 한 입 떠먹어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깊고 풍부한 능이 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일반적인 닭백숙과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보양식의 맛이었다. 능이버섯은 쫄깃쫄깃한 식감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그윽한 향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쓴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씹을수록 깊은 풍미가 우러나왔다. 닭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젓가락만 대도 살이 쉽게 발라졌다. 푹 삶아진 닭고기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고,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잘 익은 닭다리 살을 발라낸 모습
젓가락만 대도 살이 발라지는 부드러운 닭고기.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대로, 닭고기를 잘 익은 김치에 싸서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아삭아삭한 김치의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닭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줬다. 묵은지에 닭고기를 싸 먹으니, 깊은 감칠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백숙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사장님께서 찹쌀밥을 가져다주셨다. 남은 국물에 찹쌀밥을 넣고 끓여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찹쌀밥은 국물의 깊은 맛을 그대로 흡수해 더욱 고소하고 든든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찹쌀 죽을 먹으니,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백숙 뚝배기
진한 국물에 찹쌀밥을 끓여 먹으면 든든한 마무리.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과 사모님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받았다. 반찬이 떨어질 때마다 알아서 가져다주시고, 부족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하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농담도 잘하시고, 유쾌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에는 “멀리서 왔는데, 조심히 가슈!”라며 따뜻하게 배웅해주셨다.

‘품은닭’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능이 향 가득한 약초 백숙의 깊은 맛과 푸짐한 전라도 밥상, 그리고 정겨운 사장님의 인심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정읍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가고 싶다. ‘품은닭’, 이곳은 정읍 최고의 보양식 맛집임에 틀림없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정읍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품은닭’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되새겼다. 능이 향이 가득했던 그날의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백숙 한 상차림
푸짐한 백숙 한 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
방송에 출연한 품은닭 사장님의 모습
지역 방송에도 소개될 만큼 유명한 정읍의 ‘숨은’ 맛집이다.
방송에 출연한 품은닭 사장님의 모습 2
사장님의 푸근한 인상이 ‘품은닭’의 따뜻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단체 손님들의 모습
단체 손님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맛있게 익은 닭고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닭고기는 그 맛이 일품이다.
품은닭에서 맛볼 수 있는 약술
백숙과 함께 곁들이면 좋은 약술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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