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튀겨낸 포천 신북면 맛집, 세겐돈까스의 행복한 시간여행

신북 온천으로 향하는 길,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는 쉴 새 없이 나를 재촉했다. 편의점에서 대충 때울까 하던 찰나, 낡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27년 전통 수제돈까스, 세겐돈까스. 허름한 외관에서 풍겨져 나오는 노포의 향기에 이끌려 홀린 듯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내부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간신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따뜻한 크림 스프와 김치, 피클, 단무지가 정갈하게 담긴 접시가 나왔다. 요즘 흔치 않은 스프와 야쿠르트의 등장에 어릴 적 경양식 레스토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뉴를 채 고르기도 전에, 마치 당연하다는 듯 정식을 주문했다.

세겐돈까스 간판
27년 전통의 세월이 느껴지는 세겐돈까스 간판

잠시 후,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생선까스가 한 접시에 담긴 세겐정식이 눈 앞에 놓였다. 큼지막한 돈까스 위에 넉넉하게 뿌려진 옛날식 소스가 식욕을 자극했다. 요즘 유행하는 두툼한 돈까스와는 달리, 얇게 펴서 튀겨낸 경양식 돈까스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는,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외식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소스는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달콤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얇은 돈까스 덕분에 소스의 맛이 더욱 잘 느껴지는 듯했다. 요즘처럼 고기 자체가 두꺼워서 마치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딱 어릴 적 먹던 그 돈까스 맛이었다.

세겐돈까스 기본 반찬
돈까스와 곁들여 먹기 좋은 김치, 단무지, 피클이 깔끔하게 담겨 나온다.

함박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일품이었다. 돈까스 소스와 어우러진 함박스테이크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특히 기대 이상이었던 것은 생선까스였다. 보통 생선까스는 얇고 퍽퍽한 경우가 많은데, 세겐돈까스의 생선까스는 나이프 두께만큼이나 두툼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살은, 입 안 가득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세겐돈까스 스프
식사 전 따뜻하게 속을 달래주는 크림 스프

정식 메뉴에는 밥과 양배추 샐러드, 구운 콩도 함께 제공된다. 샐러드 위에는 분홍색 드레싱이 듬뿍 뿌려져 있어,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맛을 떠올리게 했다. 밥과 샐러드는 부족하면 더 제공해주시는 듯했지만, 돈까스 양이 워낙 푸짐해서 추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배불렀다.

함박스테이크 단면
촉촉한 육즙이 가득한 함박스테이크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돈까스 정식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오므라이스를 먹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계란 이불을 곱게 덮은 오므라이스 위에 돈까스 소스를 듬뿍 뿌린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다음에는 꼭 오므라이스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세겐돈까스 정식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세겐돈까스 정식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니, 사장님 부부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연세가 지긋하신 사장님 부부의 친절함에,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사장님께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하니,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세겐돈까스 정식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정식 메뉴

세련된 인테리어나 화려한 맛은 아니었지만, 세겐돈까스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공간이었다.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 부부의 미소는,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신북 온천에 들르거나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세겐돈까스에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세겐돈까스 정식
샐러드와 밥, 구운 콩이 함께 제공되는 푸짐한 구성

참고로, 남자분들이나 대식가라면 돈까스 정식을 추천하고, 여성분들이라면 고구마돈까스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돈까스 소스가 맛있으니, 밥 종류와 함께 먹어도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아기의자는 다소 더러워 보였다는 후기도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세겐돈까스 오므라이스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만드는 비주얼의 오므라이스

세겐돈까스를 나와, 따뜻한 햇살 아래 잠시 벤치에 앉아 어린 시절 추억에 잠겼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포천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맛집이 아닐까.

치즈오븐 돈까스
치즈가 듬뿍 올려진 치즈오븐 돈까스
돈까스
바삭하게 튀겨진 돈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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