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잊게 하는 역촌동 금원 함흥냉면, 은평구 맛집 기행

평양냉면의 담백함에 익숙해지기 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았던 것은 매콤달콤한 함흥냉면이었다. 쫄깃한 면발을 후루룩 삼키며 더위를 잊는 그 맛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들어 잊고 지냈던 함흥냉면이 문득 떠올라, 예전부터 눈여겨봐 두었던 동네 냉면 전문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오픈 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그곳. 은평구에서 꽤나 유명한 냉면집이라 들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깔끔한 흰색 간판에 붉은 글씨로 쓰인 “금원 함흥냉면”이라는 상호가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맛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았다.

금원 함흥냉면 가게 전경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인 금원 함흥냉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하고 깔끔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대략 5~6개 정도로, 점심시간이 지난 애매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벽면에는 메뉴 사진들이 걸려 있어,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육수가 담긴 주전자를 가져다주셨다. 스테인리스 주전자의 묵직함이 손에 느껴졌다. 컵에 육수를 따라 한 모금 마시니,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과하지 않은 간이 딱 좋았다. 이 육수가 냉면과 얼마나 잘 어울릴지 기대하며,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메뉴는 물냉면, 비빔냉면, 회냉면, 그리고 왕만두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나는 회냉면과 왕만두를 주문했다. 특히 이곳 만두는 평양식으로 빚는다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 내부를 좀 더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는 ‘갈현냉면’에서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예전에 갈현냉면을 즐겨 찾았던 터라,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졌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회냉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회냉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붉은 양념이 덮인 냉면 위에는 오이와 무 절임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삶은 계란 반쪽이 자리 잡고 있었다.

회냉면의 비주얼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회냉면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양념과 잘 섞은 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쫄깃한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양념은 과하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았고, 은은한 단맛과 파의 알싸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쫀득한 면발은 텁텁한 뒷맛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회는 간재미를 사용했는지,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매콤달콤한 양념과 어우러진 간재미는 냉면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지는 듯했지만, 맛은 정말 강렬했다. 겨자를 살짝 넣어 먹으니, 싱거운 듯했던 맛이 더욱 살아났다.

냉면을 반쯤 먹어갈 때쯤, 왕만두가 나왔다. 뽀얀 만두피를 자랑하는 왕만두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만두피는 얇고 속은 돼지고기, 두부, 애호박, 숙주 등 다양한 재료로 꽉 채워져 있었다. 특히 두부의 존재감이 강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왕만두의 모습
속이 꽉 찬 왕만두는 냉면과 환상의 조합

만두를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한 간장과 담백한 만두소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회냉면과 만두를 번갈아 먹으니, 매콤함과 담백함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욱 맛있었다. 만두 한 입, 냉면 한 입, 끊임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어느새 냉면 한 그릇과 만두 여섯 개를 뚝딱 비워냈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는 비빔냉면과 물냉면도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며,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화답해주셨다.

금원 함흥냉면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면발의 쫄깃함과 양념의 조화가 훌륭했다. 만두 또한 직접 빚는 듯, 신선한 재료들이 가득 들어 있어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가게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로변에 차 한 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은평구에서 냉면이 먹고 싶을 때,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원한 냉면 덕분에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역시 여름에는 냉면만 한 음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원 함흥냉면은 내게 단순한 냉면집이 아닌,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금원 함흥냉면 내부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내부

총점: 5/5

장점:

*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
* 쫄깃한 면발과 훌륭한 양념 조화
*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만두
* 깨끗하게 유지되는 가게
* 친절한 서비스

단점:

*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질 수 있음
* 주차 공간이 협소함

추천 메뉴: 회냉면, 왕만두

재방문 의사: 매우 높음

금원 함흥냉면 주방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는 주방
회냉면 면발
탱글탱글한 면발이 살아있는 회냉면
회냉면 한 젓가락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
따뜻한 육수 주전자
정갈하게 제공되는 따뜻한 육수
금원 함흥냉면 간판
눈에 띄는 간판이 인상적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