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산, 그것도 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서면을 찾았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활기 넘치는 거리 풍경은 여전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은 아련한 옛 추억을 그리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보듯, 10여 년 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시절, 힘든 하루를 위로해주던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 떠올랐다. 그 시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내게 ‘화전국수’는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였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따뜻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서면역 2번 출구에서 몇 블록을 걸어, 익숙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골목 입구에 ‘화전국수’ 간판이 세워져 있어 찾기가 훨씬 수월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낡은 간판만이 어렴풋이 옛 기억을 되살려주는 듯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을 보니,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손님들로 북적였다. 예전의 작고 허름했던 가게는 온데간데없이, 넓고 깔끔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국수와 국밥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혼자 온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테이블에 합석하는 풍경도 여전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어디에 앉을까 잠시 망설이는데,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빈 테이블로 안내해주셨다. 메뉴판을 보니, 예전에 비해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착한 가격이었다. 소고기국밥이 5,500원, 온국수가 4,000원이라니,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가격이다. 예전에는 3,000원, 4,500원 이었던 가격을 생각하면 많이 오르긴 했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했다.

고민 끝에, 예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소고기국밥과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아주머니께서 선불이라고 말씀하셨다. 계산대 옆에는 ‘현금 결제 환영’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카드 결제도 가능하지만, 현금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어쩌면 이런 소소한 부분까지 예전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고기국밥과 비빔국수가 나왔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소고기국밥은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비주얼이었다. 빨간 국물 위로 콩나물과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부드러운 소고기가 숨어 있었다. 비빔국수는 커다란 양푼에 담겨 나왔는데, 양배추와 김 가루, 그리고 삶은 계란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먼저 소고기국밥 국물을 한 입 맛봤다.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10년 전 그 맛 그대로였다.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소고기의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은은하게 퍼지는 매콤함이 입맛을 돋우었다. 밥 한 공기를 말아서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이어서 비빔국수를 맛봤다.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는데, 양배추의 아삭한 식감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비빔국수에는 특이하게도 양배추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면을 한 입 먹어보니, 새콤달콤한 양념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예전에는 꽤 매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매운맛이 많이 순해진 것 같았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빔국수를 먹다가, 아주머니께 양념을 조금 더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커다란 양념통을 가져다주시며, 취향껏 더 넣어 먹으라고 하셨다. 인심 좋으신 아주머니 덕분에, 더욱 푸짐하고 맛있게 비빔국수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가게 안을 둘러봤다. 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착한 가격, 착한 맛, 착한 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화전국수의 변치 않는 철학을 보여주는 듯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메뉴들도 눈에 띄었다. 김밥과 선지국밥도 판매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선지국밥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국수와 국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둘이서 8,000원으로 이렇게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아주머니께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으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화전국수를 나와, 다시 서면 거리를 걸었다.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마음 또한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10년 전 힘들었던 시절, 나를 위로해주던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화려한 서면 한복판에서, 변치 않는 맛과 인심으로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화전국수.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다음에 또 서면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화전국수를 찾을 것이다. 그때는 비빔밥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변치 않는 맛과 인심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화전국수의 아주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총평:
화전국수는 서면에서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맛집이다. 소고기국밥과 비빔국수가 가장 인기 메뉴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국수와 국밥, 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가격 대비 양이 많고 맛도 괜찮은 편이다. 혼밥하기에도 좋고,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부담 없는 곳이다. 다만,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분위기이며,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많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화전국수는 서면에서 꼭 한번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10여 년 전 가격이 1,300원 하던 시절부터 다녔던 오랜 단골들은 변해버린 맛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착한 가격은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꿀팁:
*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면 좀 더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현금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 혼자 방문하더라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다.
* 비빔국수를 주문할 때는 양념을 조금 더 달라고 해서 취향껏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 소고기국밥 외에도 다른 메뉴들도 한번 맛보시길 추천한다.
메뉴:
* 소고기국밥: 5,500원
* 온국수: 4,000원
* 비빔국수: 4,000원
* 비빔밥: 4,000원
* 김밥: 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