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그곳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에서 속초 방면으로 신남을 지나 부평교차로에서 소치리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200미터쯤 달렸을까.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현지인들만 안다는 숨은 인제 맛집, ‘뿌리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앞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을 바라보니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진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랄까. 낡은 듯 정겨운 외관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주인 할머니의 소박한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벽 한쪽에 걸린 오래된 사진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할머니는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전화 응대가 다소 불친절하다는 후기가 있었지만, 직접 뵈니 정겹고 푸근한 인상이었다.
메뉴는 추어탕, 돌솥밥, 닭볶음탕 등 소박한 시골 밥상을 연상시키는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추어탕 전문점답게, 나는 망설임 없이 추어탕과 돌솥밥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차려진 8가지 반찬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볶음김치, 짭짤한 깻잎 장아찌, 고소한 버섯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표고버섯 볶음은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일품이었다.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리뷰에서도 반찬이 맛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과연 그 명성 그대로였다.
갓 지은 돌솥밥이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며 등장했다. 뚜껑을 여니, 윤기가 흐르는 하얀 쌀밥이 식욕을 자극했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탱글탱글했고, 코를 간지럽히는 밥 냄새가 정말 좋았다. 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 돌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놓았다. 이 숭늉은 식사 후에 먹는 별미 중의 별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어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뜨겁게 끓고 있는 추어탕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숟가락으로 휘저으니, 표고버섯을 비롯한 각종 야채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은,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신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예전보다 맛이 덜해졌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충분히 훌륭했다.

밥을 추어탕에 말아, 깍두기를 얹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깍두기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추어탕의 깊은 맛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특히, 재료들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신선한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맛은, 인위적인 조미료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식당 안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들도 꽤 있었다. 다들 말없이 추어탕을 음미하는 모습이, 이곳이 정말 숨은 맛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나,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돌솥에 남아있던 숭늉을 마셨다. 뜨끈하고 구수한 숭늉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숭늉까지 마시니, 정말 배가 불렀다. 양이 많다는 평이 있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정말 푸짐했다. 여자라고 양을 적게 주는 것 없이 다른 사람과 똑같이 주셔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할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었어요.”라고 답했다. 할머니는 나의 인사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식당 문을 나서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과 할머니의 푸근한 인심 덕분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맛은 물론이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인제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다음에는 닭볶음탕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인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뿌리식당’에서 추어탕 한 그릇 꼭 맛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