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반차를 내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느긋하게 향한 곳은 바로 석수시장이었다. 북적이는 시장 구경도 하고, 맛있는 점심도 먹을 겸 겸사겸사 나선 길이었다. 시장 입구부터 활기가 넘치는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좌판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채소들과 과일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송원칼국수’였다.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벽 한쪽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칼국수와 만두가 주 메뉴인 듯했다. 칼국수 전문점다운 메뉴 구성에 더욱 믿음이 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칼국수와 김치만두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정감 있는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스테인리스 냄비 받침과 가스 버너가 눈에 띈다. 곧 칼국수가 끓여져 나오겠지.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칼국수를 끓여먹을 버너와 밑반찬이 세팅되었다. 앙증맞은 크기의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보리밥과 김치가 전부였지만, 칼국수와 함께 먹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합이었다. 특히 김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칼국수가 등장했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냄비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한 양을 자랑했다. 뽀얀 국물 위로 넉넉하게 올려진 애호박과 김 가루가 식욕을 자극했다. 냄비 뚜껑을 열자, 뜨거운 김이 순식간에 얼굴을 감쌌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은은하게 퍼지는 해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새우를 베이스로 우려낸 육수라고 하는데, 정말 시원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면발은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했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면을 흡입하니,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감! 이것이 바로 칼국수의 참맛이구나 싶었다. 국물은 정말이지 끝내줬다.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꽉 찬, 뭐라 표현하기 힘든 깊은 맛이 있었다. 간간한 국물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칼국수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매콤하면서도 아삭한 김치는 칼국수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쉴 새 없이 칼국수와 김치를 번갈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김치만두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겨 나온 김치만두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고, 속은 김치와 돼지고기로 가득 차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매콤한 김치와 고소한 돼지고기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졌다. 칼국수와 마찬가지로 김치만두 역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특히, 만두피가 얇아서 속이 훤히 비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톡 터질 것 같은 모습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만두 속은 매콤한 김치와 쫄깃한 당면, 그리고 고소한 돼지고기로 꽉 차 있었다.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육즙은 정말 최고였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육수를 추가해서 다시 한번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역시, 국물이 끝내주니 계속 먹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왠지 모르게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석수시장 송원칼국수, 정말 숨은 보석 같은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맛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완벽한 곳이었다. 집 근처에 있었다면 정말 자주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다. 석수시장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