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보리밥의 구수한 향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었다. 텁텁하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 맛, 푸짐한 나물과 함께 비벼 먹던 그 기억을 따라, 나는 포천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보릿고개’.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향수 때문이었을까, 왠지 모를 설렘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보릿고개’는 생각보다 훨씬 정갈한 모습이었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게 입구로 향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뜻함이 느껴졌다.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칠 필요도 없이, 보리밥 정식을 주문했다. 이곳의 메뉴는 단 하나, 보리밥뿐이라고 한다. 메뉴를 고르는 고민 없이 오롯이 음식에 대한 기대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좋았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쉴 새 없이 반찬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잔칫날 풍성하게 차려진 상처럼,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듯했다.
10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나물 무침들은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을 들어 하나씩 맛보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열무김치와 다시마 줄기 무침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서, 자꾸만 손이 갔다. 나물 반찬을 따로 판매한다면 꼭 사가고 싶을 정도였다.

보리밥은 다른 곳에 비해 보리의 함량이 아주 높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갓 지은 듯 윤기가 흐르고 따뜻했다. 커다란 그릇에 보리밥을 담고, 갖가지 나물들을 듬뿍 올렸다. 고추장과 된장을 적절히 섞어 넣고, 참기름을 살짝 두른 후 젓가락으로 정성껏 비볐다. 비비는 동안에도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한 입 크게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나물의 향긋함과 짭짤한 고추장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톡톡 터지는 보리알의 식감도 재미를 더했다. 특히, 짜지 않고 깊은 맛을 내는 된장이 신의 한 수였다. 다만, 된장찌개는 조금 짰다. 숭늉과 미역국도 함께 나왔는데, 뜨끈한 국물은 추위를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보리밥과 함께 나온 돼지 수육은 부드러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3점이 나왔는데,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듯 차가웠고, 지방 부분이 약간 덜 익은 듯 서걱거리는 식감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숭늉이 나왔다.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을 하니,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은 1인당 11,000원이었다. 이처럼 푸짐한 한 상을 만원 초반대에 즐길 수 있다니, 가성비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가게는 대체로 깔끔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매장이 조금 추웠다는 것이다. 따뜻하게 난방을 해주면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것 같다.

‘보릿고개’는 가성비 좋은 가격으로 푸짐하고 건강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나물 반찬과 구수한 보리밥의 조화는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기에 충분했다. 친절한 서비스와 깔끔한 분위기 또한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또 포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나오는 길, 입구에 놓인 쌀 포대를 보니, 좋은 쌀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밥의 양이 조금 적은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넉넉한 인심으로 밥을 조금 더 주신다면, 더욱 만족스러울 것 같다.
‘보릿고개’는 닭백숙과 오리 요리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닭백숙을 맛봐야겠다. 특히,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은 어른들을 모시고 오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추억을 되살리는 맛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보릿고개’는 맛과 가성비, 분위기까지 모두 갖춘 포천의 숨은 맛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포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릿고개’에서의 추억을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