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깃든 구로에서 만난 인생 순대국 맛집, 서일순대국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드나들던 구로 시장통의 풍경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기름 냄새와 갓 지은 빵 냄새가 뒤섞인 그곳은 나에게 늘 활기찬 에너지와 따뜻한 추억을 선물하는 공간이었다. 세월이 흘러 시장은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다. 바로 구로 서일순대국이다.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구로를 찾았다. 목적은 단 하나, 서일순대국에서 뜨끈한 순대국 한 그릇을 맛보는 것이었다. 24시간 영업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늦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바쁜 현대인에게는 큰 장점이니까. 밖에서 바라본 가게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붉은색 어닝과 큼지막하게 쓰인 ’24시 영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서일순대국 외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서일순대국의 정겨운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이었던 것 같은데, 모두 입식 테이블로 바뀌어 있었다. 신발을 벗지 않고 편하게 앉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옆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순대국, 술국, 모듬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언제나 변함없이 순대국이었다. 가격은 현재 10,000원. 예전에 비해 가격이 조금 오른 듯했지만,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순대국(보통)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기본 반찬을 세팅해 주셨다.

메뉴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메뉴판. 순대국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테이블 위에는 깍두기, 김치, 새우젓, 다진 양념, 고추 등이 놓여 있었다. 특히 깍두기는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깔을 뽐내고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김치도 직접 담근 듯 신선해 보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다. 유난히 뽀얀 국물 위에는 깻잎과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들깨를 싫어하는 분들은 미리 빼달라고 요청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들깨를 워낙 좋아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고소한 향이 더욱 식욕을 돋우었다.

순대국
뽀얀 국물과 깻잎, 들깨가루가 조화로운 순대국.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보니, 순대와 각종 부속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서일순대국의 특징은 일반 당면 순대가 아닌, 야채가 듬뿍 들어간 수제 순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큼지막한 야채 순대가 넉넉하게 들어있어 만족스러웠다.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잡내가 전혀 없었다.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국물은 정말 일품이었다. 다른 순대국집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번에는 순대를 맛볼 차례. 쫄깃한 순대피 안에 가득 찬 야채는 신선하고 아삭아삭했다. 순대 특유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훌륭했다. 특히 깻잎이 들어가 있어 향긋한 풍미까지 더해졌다. 야채와 순대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순대국 전체 상차림
푸짐한 순대국 한 상 차림. 깍두기와 김치, 새우젓 등이 함께 제공된다.

순대와 함께 각종 부속고기도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머릿고기, 오소리감투 등 다양한 부위가 넉넉하게 들어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잡내 없이 쫄깃하고 고소한 부속고기는 술안주로도 제격일 것 같았다. 특히 오소리감투는 냄새 없이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순대국을 어느 정도 먹다가, 밥 한 공기를 말아서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달달하면서도 아삭한 깍두기는 순대국과 정말 잘 어울렸다. 김치도 겉절이처럼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순대국과 반찬
순대국에 밥을 말아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꿀맛!

새우젓을 살짝 넣어 간을 맞추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다진 양념을 조금 넣어 매콤하게 즐겨도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순대국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어 다진 양념은 넣지 않았다.

정신없이 순대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정말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직원분들은 친절하게 응대해 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일순대국은 나에게 단순한 맛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자, 변함없는 맛으로 나를 위로해 주는 곳이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하여 든든한 순대국 한 그릇을 맛보며, 옛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생에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간혹 머리카락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후기도 있었고, 조미료를 덜어먹는 수저가 없어 위생적으로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맛과 서비스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서일순대국 입구
24시간 영업을 알리는 서일순대국 입구.

서일순대국은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늦은 밤 출출할 때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서일순대국을 강력 추천한다. 혼자 방문하여 소주 한잔 기울이며 혼술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서일순대국은 순대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봐야 할 구로맛집이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는 분명 당신을 만족시킬 것이다. 든든한 순대국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