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평야를 가로지르는 늦가을 바람은 차가웠지만, 마음 한구석은 따뜻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오래전부터 벼르던 나주 맛집 탐방, 그 첫 여정의 목적지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곰탕만큼 유명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볼테기탕 전문점이었다.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헤쳐나가는 동안, 과연 어떤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상상에 빠졌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과 외관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푸근함을 안겨주었다. 20대 이상은 거뜬히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차를 댈 수 있었다. 주차장에는 꽤나 값비싼 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이것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지역 맛집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사투리가 섞인 활기찬 인사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흡사 동창회에 온 듯,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는 손님들의 모습에서 이곳의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정갈한 밑반찬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곰탕 국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김치, 짭짤한 토하젓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 특히 토하젓은 갓 지은 따뜻한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볼테기탕, 복어지리, 뽈테기찜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탕을 먹을까, 찜을 먹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라는 볼테기탕에 마음이 끌렸다. 볼테기탕 2인분을 주문하고, 곧이어 등장한 탕의 비주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뽀얀 국물 속에 큼지막한 대구 머리와 푸짐한 채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특히 산처럼 쌓여있는 싱싱한 미나리의 향긋함은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붉은 고추 하나가 탕의 정점을 찍듯 꽂혀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탕이 끓기 시작하자, 테이블 가득 향긋한 미나리 향이 퍼져 나갔다.
드디어 첫 국물을 맛볼 차례. 맑고 투명한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국물을 한 입 머금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과 칼칼함!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대구 머리에는 살이 푸짐하게 붙어 있어, 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이곳의 매력은 신선한 미나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분들은 테이블을 오가며 부족한 채소를 넉넉하게 채워주셨다. 향긋한 미나리를 국물에 푹 담가, 쫄깃한 대구 살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봄 내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미나리와 콩나물 또한 아낌없이 리필해주시는 인심 덕분에, 탕을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어느덧 탕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볶음밥을 주문했다. 찜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먹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그 비주얼과 냄새가 어찌나 황홀하던지, 옆 테이블에 남겨진 볶음밥을 몰래 집어먹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였다. 남은 국물에 밥과 김치를 넣고 볶아 만든 볶음밥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웃음으로 배웅해주셨다.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인사에, 기분 좋게 다음 나주 여행을 기약할 수 있었다. 나오며 보니, 가게 한켠에는 백구와 흑구 두 마리가 낮잠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겨운 풍경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돌아오는 길, 시원한 볼테기탕 국물과 향긋한 미나리 향이 자꾸만 맴돌았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맛과 서비스, 그리고 푸짐한 양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특히 사장님과 아드님의 친절한 서비스는,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오랜 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나주 볼테기탕 맛집.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다음에는 꼭 뽈테기찜과 볶음밥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주에서의 맛있는 추억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