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웅크린 어깨를 펴며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렸다. 간밤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머릿속을 맴돌고, 속은 불편함으로 가득했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15년 넘게 나의 해장을 책임져 온, 마산의 한 콩나물국밥집. 20대 초반, 처음 이곳을 알게 된 후부터 지금까지, 힘든 날이나 좋은 날이나 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나를 위로해주는 곳이다. 창원에서 마산까지, 굳이 차를 몰아 찾아가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마성의 국밥, 오늘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식당은, 예전 육호광장 근처에 있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무학여고 맞은편에 자리 잡은,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식당의 위용에 감탄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이 편안함을 더했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뜨끈한 국밥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메뉴는 단 두 가지, 담백한 맛과 얼큰한 맛의 콩나물국밥. 나는 늘 그렇듯 얼큰한 맛을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긴 김치와 깍두기, 오징어젓갈, 그리고 이곳의 숨겨진 보물인 소고기 장조림이 테이블에 놓였다.

소담하게 담긴 반찬들은 먹음직스러운 붉은빛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장조림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예전에는 짭짤한 맛이 강하다고 느꼈는데, 오랜만에 맛보니 콩나물국밥과의 조화를 고려한 듯, 은은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이 집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이 무한리필 장조림이다.
드디어 콩나물국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김가루, 그리고 고춧가루 양념이 얹어져 있었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이 뱃속을 자극했다. 얼큰한 국물에는 반숙 상태의 계란이 풀어져 나왔다.

국물을 한 입 맛보았다. “크으…”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속을 깨끗하게 씻어내리는 기분이었다. 콩나물의 아삭함과 김치의 시원함, 그리고 오징어젓갈의 짭짤함이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밥은 이미 국밥 안에 말아져 나왔다. 뜨거운 국물에 밥알이 부드럽게 풀어져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좋았다. 뚝배기 안에는 넉넉한 양의 콩나물과 김치가 들어 있었다. 숟가락 가득 콩나물과 밥을 퍼서 입안 가득 넣으니,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함께 제공되는 수란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톡 터뜨려 국물 몇 스푼을 넣고 김가루를 뿌려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특히 얼큰한 국물과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나는 콩나물국밥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콩나물 특유의 비릿한 향 때문에 꺼리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곳의 콩나물국밥은 달랐다. 콩나물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시원하고 깔끔한 맛만이 입안 가득 퍼졌다. 아마도 직접 기른 콩나물을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중간중간, 셀프바에서 가져온 장조림을 곁들여 먹었다. 짭짤한 장조림은 국밥의 시원함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다. 깍두기와 김치도 훌륭한 조연이었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뱃속 가득 따뜻함이 퍼져 나갔다. 마치 묵은 체증이 씻겨 내려가듯, 속이 편안해졌다. 역시, 해장에는 이만한 음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한쪽에 계란 후라이를 추가 주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가격은 3개에 1,000원. 저렴한 가격에 놓칠 수 없어, 계란 후라이도 추가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계란 후라이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하늘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든든하게 채워진 배와 맑아진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돌아오는 길, 문득 지난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20대 초반,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의 설렘, 친구들과 함께 밤새 술을 마시고 해장하러 왔던 기억, 힘들고 지칠 때마다 위로받았던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이 모든 추억들이 이곳, 콩나물교실에 담겨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오른 점은 조금 아쉽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에 9,000원이라는 가격은, 솔직히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맛과 서비스, 그리고 24시간 영업이라는 장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24시간 영업은,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다. 늦은 밤, 갑자기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혹은 새벽 일찍 해장이 필요할 때, 언제든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밤 10시까지만 영업한다고 하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일부 방문객들은 이곳 콩나물국밥의 맛이 평범하거나, 조미료 맛이 강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예전에 비해 양이 줄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곳의 콩나물국밥을 사랑한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입맛은 이미 이곳에 길들여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단순히 맛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담긴 추억과 따뜻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시 마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혹은 숙취로 고생하고 있다면, 콩나물교실에 들러 뜨끈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당신의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고,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줄 것이다. 단, 주차장이 다소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변에 주차할 곳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콩나물국밥을 싫어하는 여자친구가 있다면, 바로 건너편에 있는 돼지국밥집을 추천해 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나는 앞으로도 이곳을 꾸준히 방문할 것이다.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정을 느끼며,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15년 단골의 자부심을 걸고, 콩나물교실을 마산 최고의 콩나물국밥 맛집으로 자신 있게 추천한다. 오늘, 나는 또 한 번 이곳에서 삶의 활력을 얻고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