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의 밤은 유난히 고즈넉하다. 한옥마을의 처마 끝에 걸린 달빛을 따라 걷다 보니, 은은하게 풍겨오는 장어 굽는 냄새가 발길을 붙잡았다. 오늘 저녁은 장어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는 “기절초풍천장어”라는 곳이 있었다.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기절초풍이라니,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한옥마을의 정취를 뒤로하고 20분 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기절초풍천장어”는 예상과는 조금 다른, 소박한 외관이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모르게 숨겨진 고창 맛집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상호가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다. 장어 1kg(3마리)에 72,000원. 된장찌개와 공깃밥 세트가 2,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놀랐다. 장어 추가는 1마리에 26,000원. 망설일 필요 없이 장어 1kg과 된장찌개 세트를 주문했다. 그리고 고창에 왔으니, 고창 복분자도 빼놓을 수 없지. 사장님께 복분자를 주문하니, 얼음컵을 함께 가져다주시며 소주와 섞어 마시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사장님의 센스에 감탄하며, 추천해주신 대로 복분자 반 병에 소주를 섞어 마시니,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주문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워나갔다. 갓김치, 깻잎 장아찌, 샐러드 등 푸짐한 밑반찬들은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갓김치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숯불이 들어오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가 등장했다. 초벌구이 되어 나온 장어는 큼지막한 크기를 자랑하며,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사장님께서 장어를 굽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다른 곳에서는 초벌 한 장어를 잘라서 세워서 굽는 반면, 여기서는 기름이 많아서 나오는 대로 누워서 익혀야 연기가 덜 난다고 한다.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장어를 숯불 위에 올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장어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장어를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은 장어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정말이지 기절초풍할 맛이었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장어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특히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더욱 맛있었다. 기본 양념은 빨간 양념이지만, 데리야끼 소스를 요청하면 따로 제공해주신다. 나는 기본 양념과 데리야끼 소스 모두 맛보았는데, 둘 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다.

갓김치와 함께 먹으니, 장어의 느끼함은 싹 가시고 깔끔한 맛이 더해졌다.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깻잎 향이 장어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장어를 폭풍 흡입했다. 장어와 함께 나온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었다. 구수한 된장찌개는 장어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뜨끈한 밥에 된장찌개를 쓱쓱 비벼 장어 한 점 올려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어느새 장어 한 접시를 뚝딱 비워냈다. 양이 조금 적은 듯하여, 장어 1마리를 추가했다. 추가한 장어 역시 숯불 위에 올려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으니, 정말 배가 불렀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밥 한 공기를 더 시켜 된장찌개에 비벼 먹었다.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물음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장님께서는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기절초풍천장어”는 고창 CC와도 가까워서 골프를 치고 방문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골프를 마치고 온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가게 분위기만 보고는 맛집인지 의심했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장어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은 물론, 숯불 향까지 더해져 더욱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다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장어가 조금 질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기절초풍천장어”는 가격 대비 훌륭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특히 갓김치를 비롯한 밑반찬들은 장어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포장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에는 포장해서 집에서 편안하게 즐겨봐야겠다.

고창에서의 특별한 저녁 식사를 선사해준 “기절초풍천장어”. 고창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고창 한옥마을 맛집 기절초풍천장어에서 맛있는 장어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늘 하루도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창의 밤은 깊어갈수록 더욱 아름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