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세월의 깊이가 담긴, 마포옥에서 맛보는 미쉐린 서울 설렁탕의 깊은 풍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왠지 모르게 따뜻한 국물이 간절했다. 전날 먹었던 음식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던 걸까. 마포역 1번 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 ‘마포옥’이 문득 떠올랐다. 몇 해째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되었다는 명성도 한몫했다. 망설일 틈도 없이 발걸음은 이미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포옥 한우양지설렁탕”이라는 글자가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외관부터가 ‘맛집’의 아우라를 풍기는 듯했다.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마포옥 외관
오랜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마포옥의 외관. 미쉐린 마크가 눈에 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설렁탕 전문점답게 다양한 종류의 탕 메뉴가 있었다. 기본 양지탕부터 명품 양지탕, 차돌탕, 우삼겹탕까지. 가격대는 다소 높은 편이었지만, 한우만을 고집한다는 문구를 보니 수긍이 갔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왕 온 김에 제대로 맛보고 싶어 ‘명품 양지탕’을 주문했다. 가격은 25,000원. 솔직히 적잖은 가격이었지만, 최고의 부위만을 엄선했다는 설명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이 나왔다. 깍두기와 김치, 그리고 소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고, 김치는 묘한 감칠맛이 돌았다. 특히, 이곳에서는 신김치와 파김치를 따로 요청해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잊지 않고 신김치와 파김치를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명품 양지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국물 위로 넉넉하게 올려진 양지 고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도 듬뿍 올려져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탕은 뜨겁지 않고 적당히 따뜻한 온도로 나왔다. 토렴을 한 듯했는데, 너무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 나에게는 오히려 좋았다.

명품 양지탕
뽀얀 국물과 넉넉한 양지 고기가 인상적인 명품 양지탕.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보았다. 뽀얀 사골 국물과 고기 삶은 육수를 섞었다는 국물은, 곰탕과 설렁탕의 중간쯤 되는 맛이었다. 밍밍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시중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설렁탕 국물과는 차원이 다른, 진한 양지 설렁탕의 정석이었다.

이번에는 양지 고기를 맛볼 차례. 두툼하게 썰린 고기에서는 윤기가 흘렀다. 젓가락으로 집어 드니, 부드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혹시나 질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입에 넣는 순간, 고기는 마치 눈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준비된 소스에 고기를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고기 자체의 풍미도 훌륭했지만, 소스와의 조화도 환상적이었다.

고기 조각은 다섯 점 정도 들어있었다. 조금 아쉬운 양이었지만, 6천 원을 더 내고 명품 양지탕을 선택한 보람이 있었다. 확실히 기본 양지탕과는 고기의 질부터가 다르다고 한다. 다음에는 꼭 수육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은 차돌 수육이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파가 듬뿍 올려진 설렁탕
파가 듬뿍 올려진 설렁탕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어느 정도 고기를 먹은 후, 탕에 밥을 말았다. 밥은 이미 토렴이 되어 나온 상태였다.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스며들어, 더욱 깊은 맛을 냈다. 깍두기와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그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신김치와 파김치는 꼭 함께 먹어야 한다. 톡 쏘는 맛이 설렁탕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김치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설렁탕과 함께 먹으니, 짠맛은 중화되고 감칠맛만 남았다. 만약 짠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미리 밥을 따로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밥이 말아져 나온 설렁탕
밥이 토렴되어 나오는 스타일.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스며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정신없이 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였다.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몸이 따뜻해졌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비로 인해 눅눅했던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괜히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1층은 주방이 있어서 테이블이 몇 개 없었고, 2층과 3층에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혼밥을 하기에도 부담 없는 분위기였다. 평일 저녁 시간에는 비교적 한가한 편이라고 하니, 혼자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7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이다. 특히,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설렁탕과 밑반찬
설렁탕과 함께 제공되는 깍두기, 김치, 그리고 소스.

마포옥은 내게 ‘정답’과 같은 곳이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의 설렁탕, 넉넉하게 들어있는 부드러운 양지 고기, 그리고 맛깔난 김치까지.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물론, 그때는 차돌 수육에 소주 한 잔을 곁들여야겠다. 아침부터 술 생각 간절하게 만드는 맛, 이것이 마포옥의 유일한 단점일지도 모르겠다.

마포옥 간판
마포옥의 간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마포 맛집이다.

오늘도 나는 마포옥에서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웠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온 마포옥.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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