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몸보신이 절실했다. 며칠 전부터 자꾸만 몸이 쳐지는 게, 영 기운이 없었다. 이럴 땐 역시 장어만한 게 없지.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수유동 (지역명) 언덕길에 자리 잡은 한 장어집이 떠올랐다. 1984년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곳이라고 하니, 그 세월만큼이나 깊은 맛을 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게다가 주변에 우이천도 있어서 식사 후에 가볍게 산책하기도 좋을 것 같았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차를 몰았다. 4.19 사거리에서 광산 사거리 방향으로 향하는 길, 드디어 저 멀리 ‘민물 장어’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붉은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 글씨체에서부터 왠지 모를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넓찍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외관은 소박했지만,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내공이 느껴지는 듯했다. 자전거 한 대가 가게 앞에 놓여 있는 모습도 정겨움을 더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아늑하고 정돈된 공간이 펼쳐졌다. 은은한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홀 테이블도 있었지만, 룸도 마련되어 있어서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기에 좋아 보였다. 나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갔기에 룸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룸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이 집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함초 소금구이, 비법 간장구이, 마늘 고추장구이 등 다양한 장어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세 가지 맛을 모두 맛볼 수 있도록 즉석 장어구이 하나씩을 주문하기로 했다. 1인분에 장어 한 마리인데,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랜 전통과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식사 메뉴로는 솥장어밥과 장어탕이 있었는데, 왠지 장어구이와 함께 곁들이면 좋을 것 같아 솥장어밥(보통)도 하나 추가했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께서 정갈한 밑반찬들을 세팅해주셨다. 깻잎 장아찌, 갓김치, 샐러드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갓 무쳐낸 듯한 부추 양념은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다셔졌다. 곧이어 따뜻한 숭늉이 나왔는데, 차가운 몸을 녹여주는 듯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구이가 나왔다. 함초 소금구이, 비법 간장구이, 마늘 고추장구이 모두 초벌구이가 되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있었다. 불판 위에 올려진 장어는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장어의 모습은 정말이지 황홀했다.

가장 먼저 함초 소금구이를 맛보았다. 소금 간이 살짝 되어 있어 장어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에 감탄했다.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다음으로는 비법 간장구이를 맛보았다. 17가지 재료로 10시간 이상 우려냈다는 비법 간장 소스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간장 소스가 장어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늘 고추장구이를 맛보았다. 국내산 태양초 고추와 마늘로 만든 특제 소스는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났다. 톡 쏘는 매운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맛 중에 마늘 고추장구이가 가장 맛있었다.
장어와 함께 곁들여 먹으니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특히 갓김치는 아삭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깻잎 장아찌는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장어의 풍미를 더해주었다. 김을 살짝 구워서 와사비를 올려 장어와 함께 먹으니, 색다른 조합이었지만 묘하게 잘 어울렸다.

장어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솥장어밥이 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솥에 담겨 나온 솥장어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밥 위에 잘게 썰린 장어와 쪽파, 김 가루 등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밥을 잘 섞어서 한 입 먹으니,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솥밥 특유의 찰진 식감과 장어의 고소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같이 나온 된장국도 구수하니 맛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처럼 만들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누룽지의 구수한 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에 활력이 넘치는 듯했다. 역시 장어는 몸보신에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직접 계산을 해주셨다. 친절한 미소와 함께 “맛있게 드셨냐”고 물어보시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게를 나서 우이천 (지역명)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도 부르고, 날씨도 선선해서 산책하기에 딱 좋았다. 우이천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듯했다.
수유동 (지역명) ‘삼각산 장어’는 단순히 맛있는 장어구이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깊은 맛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친절한 서비스와 정갈한 밑반찬은 물론, 식사 후에 즐길 수 있는 우이천 산책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맛있는 장어구이로 몸보신하고 싶다면, 수유동 삼각산 장어를 강력 추천한다. 이곳에서 진정한 맛집 (맛집)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