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잠실새내역을 향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한우 생각 때문이었다. SNS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사진, 붉은 빛깔의 마블링이 예술처럼 새겨진 그 고기의 자태는 나를 홀리기에 충분했다. 오늘, 그 갈망을 해소하리라.
잠실새내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좁은 골목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었을까. 화려한 간판 대신, 투박한 손글씨로 정겹게 쓰여진 ‘대성정육식당’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 시장 한 켠에 자리 잡은 탓에, 넉넉한 주차 공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가게 앞에는 겨우 세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였다. 주변을 맴돌며 주차 자리를 찾아 헤매는 수고로움 끝에, 드디어 가게 앞에 차를 댈 수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였지만, 묘하게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 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직원분들은 하나같이 친절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첫 방문이었지만, 어색함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역시나,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한우 ++ 등심과 꽃살이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이왕 온 거 제대로 즐겨보자는 생각에 대성특수모듬을 주문했다. 쇼케이스 안에는 신선한 빛깔을 뽐내는 다양한 부위의 한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치 보석이라도 진열해 놓은 듯, 그 모습은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 상차림이 차려졌다. 파무침, 쌈 채소, 샐러드 등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식욕을 자극했다. 특히, 새콤달콤한 파무침은 고기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1인당 3천 원의 상차림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구성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우가 등장했다. 선홍빛 육색과 섬세한 마블링의 조화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작품’이 아닐까. 최상급 한우는 역시 다르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주셨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돌판구이 방식이라 고기가 골고루 익어 식감이 더욱 좋다고 한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표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소금에 살짝 찍어 입안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풍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질 좋은 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한우 특유의 육향이 코 끝을 간지럽혔다. 마치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함께 구워 먹는 버섯 또한 별미였다. 촉촉하게 머금은 버섯의 향긋함은 고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쌈 채소에 파무침과 고기를 함께 싸서 먹으니, 신선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고기를 먹는 중간에 서비스로 제공된 육사시미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붉은 빛깔의 육사시미는 쫄깃한 식감과 함께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함께 나온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 되었다. 서비스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퀄리티가 상당했다.

어느덧, 불판 위에는 마지막 한 점의 고기만이 남아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 한 점까지 음미하며 먹었다. 하지만, 식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성정육식당에 왔다면,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로, ‘돌판 된장밥’이다.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구웠던 돌판 위에 된장찌개를 부어주셨다. 그 위에는 밥 한 공기를 통째로 투하!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함께, 된장의 구수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밥과 찌개를 잘 섞어 끓이다 보니, 점점 국물이 쫄아들면서 진한 된장밥이 완성되었다.
된장밥 한 숟갈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뜨끈하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된장찌개와 밥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고기를 구워 먹었던 돌판에 끓여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이었다.

돌판 된장밥에는 특별한 비법이 숨어 있었다. 된장찌개에 잘게 썰린 두부, 호박, 양파 등의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린 두부는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을 선사했다. 된장찌개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깊숙이 배어 있어, 밥알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맛을 냈다.
어느덧, 돌판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묘하게 계속해서 숟가락이 움직였다. 그만큼, 돌판 된장밥은 포만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최고의 마무리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정육식당답게, 계산은 정육점과 식당 각각 따로 해야 했다. 가격은 다른 곳보다 약간 높은 편이었지만, 최상급 한우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특히, 서비스로 제공되는 육사시미와 퀄리티 높은 밑반찬들을 고려하면, 가성비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가게를 나서며, 만족감에 젖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나는 잠실새내에서 잊지 못할 인생 고깃집을 발견했다. 97년부터 시작했다는 대성축산 정육점은 1층 전체를 식당으로 확장하며, 잠실새내를 대표하는 한우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시장 한 켠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최고의 맛을 위해 이 정도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황후꽃등심을 꼭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분명, 부모님 또한 훌륭한 한우 맛에 만족하실 것이다. 잠실 근처에서 진정한 한우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대성정육식당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