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의 추억, 부산 동래에서 맛보는 인생 탕수육 맛집

11시가 되기 전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은 광복절, 혹시나 문을 닫았을까 하는 조바심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오늘 영업합니다!” 활기찬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드디어, 그 탕수육을 맛보러 가는구나! 동래 지역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제는 전국구 맛집 반열에 오른 “태백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어릴 적 아버지의 퇴근길, 노란 봉투에 담겨 있던 짜장면과 탕수육의 향수를 잊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그 맛을 찾아 나서는 어른이 되었다. 동래고등학교 정문 바로 옆, 7개 남짓한 테이블이 놓인 아담한 공간. 예상대로 웨이팅이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3시에서 4시 사이에 방문하면 비교적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나의 간절함이 시간을 앞당길 수는 없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낡은 듯 정겨운 내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테이블과 의자.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왠지 모를 편안함이 감돌았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따뜻한 짬뽕 국물과 바삭한 군만두가 서비스로 나왔다.

따뜻한 짬뽕 국물과 군만두
기다림을 달래주는 따뜻한 짬뽕 국물과 바삭한 군만두

짬뽕 국물은 기교 없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호래기인지 작은 한치인지 모를 해산물과 조개살이 국물에 시원함을 더했다. 중국산 냉동 해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군만두는 갓 튀겨져 나와 뜨겁고 바삭했다. 탕수육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순간이었다.

메뉴판을 훑어봤다. 짜장면 5,000원, 짬뽕밥 6,000원, 간짜장 6,000원… 가격도 착하다. 탕수육은 소 19,000원, 중 25,000원, 대 30,000원. 혼자 왔으니 커플 탕수육(16,000원)을 시킬까 고민했지만, 이왕 온 김에 제대로 맛보고 싶어 탕수육 소(小) 자와 간짜장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탕수육이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탕수육의 압도적인 양에 입이 떡 벌어졌다. 튀김옷은 ‘바삭’을 넘어 ‘빠삭’한 소리가 날 정도였다. 마치 어릴 적 먹던 옛날 탕수육처럼,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스타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찹쌀 탕수육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푸짐한 양의 탕수육
보기만 해도 ‘빠삭’ 소리가 들리는 듯한 탕수육

젓가락으로 탕수육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겉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육즙이 가득했다. 마치 후라이드 치킨 같은 비주얼이었다. 탕수육을 입에 넣는 순간, ‘빠삭’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튀김옷은 도를 넘을 정도로 바삭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육즙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굳이 소스를 찍지 않고 소금만 살짝 찍어 먹어도 훌륭했다.

태백관 탕수육을 먹다 보면 나중에는 입천장이 까질 수도 있지만, 묘하게 중독되는 맛에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예전에는 입천장이 까질 정도였지만, 요즘은 튀김 기술이 발전했는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 탕수육을 먹는 동안, 마치 미션을 클리어하는 듯한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어서 간짜장이 나왔다. 면 위에는 반숙 계란과 완두콩, 오이가 곁들여져 있었다. 갓 볶아져 나온 간짜장 소스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반숙 계란이 올라간 간짜장
반숙 계란과 오이가 곁들여진 간짜장

간짜장 소스를 면 위에 붓고 젓가락으로 비볐다. 양파가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어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소스는 살짝 달콤하면서도 짭짤했다. 면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다. 간짜장 또한 훌륭했지만, 탕수육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해서 살짝 묻히는 느낌이었다.

결명자차를 마시며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뒤 마시는 결명자차는 왠지 모르게 덜 느끼한 느낌을 주었다.

솔직히 태백관의 분위기는 세련되거나 깔끔한 느낌은 아니다. 가게 내부가 좁고 테이블 간 간격도 좁다. 홀 청결 상태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모두 잊게 할 만큼 탕수육의 맛은 훌륭했다.

혼자서는 탕수육 소(小) 자를 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남은 탕수육을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모님은 친절하게 포장해 주셨다. 마치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에서 가스파드가 아빠에게 남은 탕수육을 싸달라고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이모님이 “저녁에 무라” 하시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셨다. 넉넉한 인심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태백관은 미슐랭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사람이나 미각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맛집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본 이상의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간짜장 소스
양파가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는 간짜장 소스

태백관은 탕수육 전문점으로 유명하지만, 짜장면과 짬뽕도 훌륭하다. 특히 간짜장은 탱글탱글한 면발과 신선한 해물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짬뽕 국물은 서비스로 제공되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다만, 주차 공간이 없어 주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탕수육의 맛과 양,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하다.

태백관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함께 파는 곳이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먹던 짜장면과 탕수육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곳. 바삭한 탕수육을 먹으며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탕수육 중(中) 자에 간짜장, 그리고 볶음밥까지 시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태백관의 탕수육은 분명 내 인생 맛집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태백관에서의 행복했던 식사를 추억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인심 덕분에 더욱 의미 있는 하루였다.

서비스 짬뽕국물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서비스 짬뽕국물
볶음밥
고슬고슬 볶아진 볶음밥
간짜장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 간짜장
군만두
겉바속촉의 정석, 군만두
간짜장 소스
간짜장 소스 클로즈업
잡채
푸짐한 잡채
짜장면
견과류가 뿌려진 짜장면
탕수육과 짜장면
환상의 조합, 탕수육과 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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