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역 앞, 정겨운 낙서와 푸짐한 안주가 있는 부산 로컬 포차 맛집 기행

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향한 곳은 동래역 바로 앞에 위치한 ‘오이소생탁’이었다.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정겨운 분위기와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안주에 대한 기대감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하철역 2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위치는 그야말로 초역세권이었다. 복잡한 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였다.

가게 입구부터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붉은 벽돌과 군데군데 벗겨진 듯한 외벽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미닫이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 풍경은 활기 넘치는 포차 그 자체였다. ‘오이소’라는 간판 글씨체도 어딘가 정겨운 느낌을 더했다.

오이소생탁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이소생탁의 정겨운 외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더 활기찬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마치 축제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라 옆 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오히려 이런 북적거림이 포차 특유의 매력을 더하는 듯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부터 중년의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벽면은 온통 낙서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의 추억, 사랑 고백, 익살스러운 그림 등 다양한 낙서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 마치 시간의 벽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형형색색의 산악회 리본들이 천장 근처에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이 곳이 등산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인 듯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정말 다양한 안주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돼지수육두부김치, 굴삼합, 과메기 등 술안주로 제격인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 선택에 고민하고 있을 때, 사장님께서 다가와 친절하게 메뉴를 추천해주셨다. 굴 철에는 굴삼합이 특히 인기라고 하셨다. 우리는 사장님의 추천에 따라 굴삼합과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 밑반찬들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콩나물무침, 김치, 어묵볶음 등 소박하지만 술안주로 곁들이기 좋은 반찬들이었다. 특히 콩나물무침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기본 반찬
소박하지만 술안주로 곁들이기 좋은 기본 반찬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굴삼합이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에 굴, 수육, 김치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수육과 싱싱해 보이는 굴의 조화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굴 특유의 바다 향과 돼지 수육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잘 익은 김치를 굴, 수육과 함께 싸서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신선한 굴의 향긋함과 돼지 수육의 부드러움, 그리고 김치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특히 굴은 비린 맛 하나 없이 신선하고 탱글탱글했다. 쌈 위에 굴을 듬뿍 올려 먹으니 바다를 통째로 삼키는 듯한 느낌이었다. 돼지 수육 역시 잡내 없이 깔끔하고 부드러웠다.

함께 주문한 김치찌개는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돼지고기와 두부, 김치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는 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특히 푹 익은 김치의 깊은 맛이 국물에 그대로 녹아 있어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뜨끈한 국물을 한 입 마시니, 굴삼합의 느끼함도 싹 가시는 듯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치찌개는 김치찌개라기보다는 김치어묵탕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김치찌개의 깊은 맛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있어 밥과 함께 먹기에는 충분했다.

굴전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굴전

다른 테이블에서 굴전을 시킨 것을 보고 우리도 하나 추가했다. 큼지막한 굴전이 산처럼 쌓여 나왔다. 굴과 함께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굴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굴 특유의 향긋함과 채소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특히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더욱 풍미가 살아났다. 굴전의 양이 워낙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것은 포장해왔다.

‘오이소생탁’은 부담 없는 가격에 맛있는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굴 철에는 굴삼합을 꼭 먹어봐야 한다. 신선한 굴과 돼지 수육, 김치의 환상적인 조합은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벽면 낙서
손님들의 추억과 낙서로 가득 찬 벽면

다만,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실내가 다소 시끄러운 편이라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포차 특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벽면에 가득한 낙서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께서 “술은 안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차를 가져와서 술은 마시지 못했다고 말씀드리니, 살짝 아쉬워하시는 눈치였다. ‘오이소생탁’은 낮술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꼭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낮술을 한번 즐겨봐야겠다.

‘오이소생탁’은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과 푸근함이 느껴졌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고급스러운 서비스는 없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이다. 동래에서 저렴하고 푸짐한 안주와 함께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면 ‘오이소생탁’을 강력 추천한다.

실내 전경
활기 넘치는 오이소생탁의 내부 모습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웃음소리가 점점 멀어질수록 아쉬움은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따뜻해지는 듯했다.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서 굴삼합과 함께 낮술을 즐겨봐야겠다. 동래 맛집 탐방은 언제나 즐겁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벽면에 가득했던 낙서들도. 그 낙서들처럼, 나 역시 ‘오이소생탁’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오이소생탁 외부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운치 있는 오이소생탁
벽 낙서
벽 한켠을 가득 채운 낙서들
양념
맛깔스러운 양념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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