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숨은 보석, 종로5가 이모네 설렁탕에서 맛보는 깊고 진한 서울 맛집의 감동

퇴근 후, 눅눅한 공기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날이었다. 뭘 먹어야 이 답답함이 씻겨 내려갈까. 번잡한 종로 거리를 걷다 문득, 진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말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곧장 스마트폰을 켜 검색을 시작했다. 수많은 맛집 정보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왠지 모르게 내 시선을 사로잡는 한 곳이 있었다. 바로 종로5가, 좁은 골목 안에 숨어있다는 ‘이모네 설렁탕’이었다.

오래된 노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외관 사진 한 장이 결정적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간판,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국밥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찐’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달까. 망설일 틈도 없이 발걸음은 이미 이모네 설렁탕을 향하고 있었다.

골목 어귀에 다다르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좁고 허름한 골목길이 나타났다. ‘정말 이런 곳에 맛집이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려는 찰나, 저 멀리 환하게 빛나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모네 설렁탕” 네 글자가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이모네 설렁탕 간판
골목길 끝에서 나를 반겨주는 이모네 설렁탕의 빛나는 간판.

가게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대략 10개 남짓.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정겹게 오가는 대화 소리,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진한 국물 냄새가 순식간에 온몸을 감쌌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설렁탕, 소머리국밥, 도가니탕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이 집의 ‘모듬 수육’이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수육이 등장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놋 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수육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얇게 썰린 소고기 수육과 쫀득한 식감이 느껴지는 도가니, 그리고 향긋한 부추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비주얼을 실제로 마주하니, 침샘이 폭발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모듬 수육 한 상 차림
푸짐한 모듬 수육과 곁들임 반찬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돈다.

수육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제공되는 설렁탕 국물 또한 이 집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뽀얀 국물에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라가 있는 모습이 먹음직스러웠다. 국물 한 숟갈을 떠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본격적으로 수육 맛보기에 돌입했다. 먼저, 얇게 썰린 소고기 수육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육즙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쫀득한 도가니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특히, 향긋한 부추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깍두기’에 있었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깍두기 국물을 설렁탕 국물에 넣어 먹으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설렁탕 국물
서비스로 제공되는 설렁탕 국물. 뽀얀 국물이 보기만 해도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수육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이번에는 ‘소면’이 생각났다. 이모님께 소면을 부탁드리니, 푸짐하게 담긴 소면을 가져다주셨다. 뜨끈한 설렁탕 국물에 소면을 넣어 후루룩 먹으니, 쫄깃한 면발과 진한 국물이 어우러져 또 다른 별미를 맛보는 듯했다. 특히, 소면은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옆 테이블에서는 어르신들이 수육을 안주 삼아 소주를 기울이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소주 한 병을 주문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묵묵히 수육과 국물에 집중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놋 그릇은 텅 비어 있었다. 진한 국물까지 남김없이 들이켜니, 속이 든든해지는 것은 물론, 온몸에 활력이 넘치는 듯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데, 이모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왠지 모르게 정겨운 이 한마디에, 나는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모네 설렁탕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따뜻한 정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모듬 수육 클로즈업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듬 수육. 쫄깃한 도가니와 부드러운 소고기의 조화가 일품이다.

특히, 가성비 또한 훌륭하다. 푸짐한 양의 모듬 수육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나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게다가, 소면과 국물 리필까지 가능하니, 배불리 먹고 싶은 날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좁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상쇄할 만큼 훌륭한 맛과 가성비,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가 이모네 설렁탕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종로5가에서 진정한 노포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혹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수육을 즐기고 싶다면, 이모네 설렁탕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영업시간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로 다소 짧은 편이니, 방문 전에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조금 일찍 방문하거나, 아니면 아예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수육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때는 전골도 한번 맛봐야겠다. 옆 테이블에서 어르신들이 전골을 드시는 모습을 보니, 그 맛이 너무나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모듬 수육과 다양한 곁들임
모듬 수육과 함께 제공되는 다양한 곁들임 반찬들.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 것이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이모네 설렁탕은 나에게 단순한 맛집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해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다.

오늘, 나는 종로5가 골목길에서 잊지 못할 서울맛집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맛집 탐방의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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