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 시원한 무언가가 간절했다. 목적지 없이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여수시 덕양읍. 사실 이곳은 곱창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 냉면을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뜨거운 햇살 아래,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여수냉면’ 네 글자가 나를 홀린 듯 이끌었다. 왠지 모르게, 이곳이라면 평범한 냉면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주차를 하고 가게 앞에 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이라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왠지 모를 기대감에 기꺼이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슬쩍 엿보니 깔끔하고 카페 같은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보통 냉면집과는 다른 세련된 분위기가, 음식 맛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시는 사장님과 직원분들 덕분에, 기다림에 지친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메뉴판을 보니 냉면, 콩국수, 칼국수(4~8월 제외), 만두가 전부였다. 메뉴가 단출할수록 맛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법. 나는 망설임 없이 물냉면과 콩국수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콩국수가 먼저 나왔다. 뽀얀 국물에 검은깨가 톡톡 뿌려진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콩국수에는 오이, 토마토, 계란 고명이 올라가 있었는데, 색감의 조화가 훌륭했다. 한 입 맛보니, 진하고 고소한 콩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잘 갈아낸 콩을 그대로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전라도 음식은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곳 역시 콩국수에 살짝 단맛을 가미한 듯했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콩의 고소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콩국물을 마실 때마다 입술에 닿는 콩의 입자가, 진한 농도를 증명하는 듯했다.

이어서 물냉면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물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 위로 가늘고 찰진 면이 소담스럽게 담겨 있었고, 그 위로 오이, 계란, 배, 그리고 얇게 썰린 고기가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육수와 함께 크게 한 입 들이켰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 텁텁함 없이 깔끔한 육수는, 더위를 싹 잊게 해주는 마법 같은 맛이었다. 면은 어찌나 쫄깃한지, 끊어 먹기가 힘들 정도였다. 탱글탱글한 면발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냉면과 함께 나온 따뜻한 육수는, 차가운 냉면으로 인해 살짝 오그라든 몸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은은한 멸치 향이 느껴지는 육수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도 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칼국수를 먹고 있었다. 커다란 냄비에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칼국수는, 다양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새우와 큼지막한 조개들이었다. 다음에는 꼭 칼국수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밥통에 찰밥이 준비되어 있어, 원하는 만큼 무료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찰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였다. 나는 콩국수와 냉면을 먹느라 배가 불러 찰밥은 맛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찰밥과 함께 냉면을 즐겨봐야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만두가 조금 평범했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만두피와 촉촉한 만두소는 나쁘지 않았지만, 특별한 개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냉면과 함께 먹으니, 밋밋한 만두 맛이 오히려 냉면의 맛을 돋보이게 해주는 듯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듯했다. 나 역시 키오스크를 이용해 결제를 마쳤다. 가격은 냉면, 콩국수 모두 8천 원, 만두는 5천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가게 앞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에는 맛있는 냉면집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원한 냉면 덕분에 더위도 잊고 기분 좋게 돌아올 수 있었다. 덕양읍에서 우연히 발견한 ‘여수냉면’. 이곳은 내 인생 냉면 맛집으로 등극했다. 앞으로 여름마다 생각날 것 같은, 그런 특별한 곳이다.

총평
* 맛: 물냉면은 시원하고 깔끔하며, 면발이 쫄깃하다. 콩국수는 진하고 고소하며, 살짝 단맛이 느껴진다. 만두는 평범하지만, 냉면과 잘 어울린다.
* 가격: 냉면, 콩국수 8천 원, 만두 5천 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 서비스: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친절하다.
* 분위기: 깔끔하고 세련된 카페 같은 분위기이다.
* 재방문 의사: অবশ্যই আছে. 여수에 간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팁
*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직원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 찰밥이 무료로 제공되니, 냉면과 함께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 여수 덕양에서 만난 작은 행복, ‘여수냉면’에서의 특별한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