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남해다. 섬 특유의 짭조름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순간, 며칠 전부터 벼르던 떡집으로 향했다. 쑥떡을 워낙 좋아하는 나인지라, 남해에서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이동복떡집”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정갈한 글씨체로 “이동복떡집”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mongsilmongsil of NAMHAE’라는 영문 문구가 함께 쓰여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훨씬 아늑하고 감각적인 공간이 펼쳐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떡과 관련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떡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매장 안쪽에서는 분주하게 떡을 만들고 계시는 모습도 보였다.
진열대에는 쑥떡, 유자떡, 흑임자떡 등 다양한 종류의 떡들이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떡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는 모습에서, 이곳의 떡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몽실이 쑥떡’이었다. 몽실몽실한 모양새가 어찌나 귀여운지, 저절로 손이 뻗어졌다.
“어떤 떡을 드릴까요?”
친절한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떡을 고르기 시작했다. 쑥떡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몽실이 쑥떡은 당연히 골랐고, 남해 특산물인 유자를 이용한 유자 생크림 찹쌀떡도 맛보기로 했다. 흑임자 모찌도 궁금해서 함께 주문했다. 음료로는 따뜻한 유자차를 선택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 탓인지, 따뜻한 차가 간절했다.

주문한 떡과 유자차가 테이블에 놓였다. 몽실이 쑥떡은 콩고물이 듬뿍 묻혀져 있었고, 유자 생크림 찹쌀떡은 겉에 유자 카스테라 고물이 묻어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유자차에서는 은은한 유자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드디어 몽실이 쑥떡을 맛볼 차례. 콩고물을 듬뿍 찍어 한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쑥 향이 퍼져 나갔다. 떡은 어찌나 쫄깃하고 부드러운지, 씹을수록 쑥의 풍미가 더 깊게 느껴졌다. 콩고물의 고소함과 쑥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아냈다. 왜 몽실이 쑥떡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유자 생크림 찹쌀떡을 맛봤다. 겉에 묻혀진 유자 카스테라 고물 덕분에, 떡을 입에 넣는 순간 상큼한 유자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떡 안에는 부드러운 생크림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유자의 상큼함과 생크림의 달콤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흑임자 모찌는 쫄깃한 떡 속에 흑임자 앙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흑임자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몽실이 쑥떡이나 유자 생크림 찹쌀떡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따뜻한 유자차는 떡과 함께 먹으니 더욱 좋았다. 유자 특유의 상큼함과 달콤함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느낌이었다. 비 오는 날씨에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니,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떡을 먹으면서 가게 내부를 둘러보니,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벽에 걸린 그림들은 떡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떡을 먹는 즐거움을 더했다. 매장 한쪽에는 떡을 만드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떡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혼자 조용히 떡을 음미하고 있으니, 사장님께서 다가오셔서 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동복떡집은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강씨라서 ‘Kang’s cake’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사장님은 남해에서 자란 쑥과 유자를 이용해 떡을 만들고 있으며, 전통적인 방식과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켜 새로운 떡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사장님의 떡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쑥버무리가 이곳의 인기 메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주말에는 쑥버무리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에는 꼭 평일에 방문해서 쑥버무리를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떡을 다 먹고 나니, 포장해 가는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몽실이 쑥떡과 유자 생크림 찹쌀떡을 선물용으로 포장했다. 떡 포장지에는 푸른 잎사귀 무늬가 그려져 있어서, 더욱 고급스러워 보였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표가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가격을 안내해 주신다. 떡 가격은 다소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최상급 재료를 사용하고 정성을 다해 만든 떡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아깝지 않다.
이동복떡집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떡집 방문을 넘어선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맛있는 떡과 따뜻한 유자차,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과의 대화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남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동복떡집에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참, 이동복떡집은 위치가 다소 외진 곳에 있어서,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게 앞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차를 가지고 방문해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떡을 맛보면서 커피나 유자차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남해를 떠나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쑥 향이 가득했다. 이동복떡집에서 사 온 떡 덕분에, 남해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남해 여행 때는 꼭 이동복떡집에 다시 들러, 쑥버무리를 맛보고, 사장님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때까지 이동복떡집이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